KBS 방송작가 중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이 1.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마저도 정부가 내놓은 ‘표준계약서’로 체결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은 “아예 KBS 구조 밖에, 어떤 법적보호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란 소리”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박 의원이 지난 18일 KBS로부터 받은 제출자료에 따르면 KBS의 전체 방송작가 691명 중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1.9%(13명)에 불과하다. 본사에서 일하는 극히 일부 방송작가만 고용계약서를 작성했고, 지역총국에선 계약서를 작성한 사례 자체가 없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 및 불공정행위가 발생해도 신고하고 구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불안정한 고용관계에서 부당한 업무를 감수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 전 급여나 출퇴근시간, 휴가, 업무 내용 등 구체적인 노동조건을 알지 못한 채 근무하게 돼 계약으로 보호되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방송작가들이 작성한 계약서는 모두 일반 고용계약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정한 방송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방송사는 물론 여러 정부 부처와 협의, ‘방송 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제정‧발표했다. 당시 KBS는 당시 18번 회의 중 17차례나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지만 이후 이에 따라 방송작가와 계약을 체결하진 않은 것이다.
두 계약서를 비교해보면 계약해지, 원고료, 저작권 등 측면에서 작가가 받는 대우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아리랑TV(국제방송교류재단)와 KTV(한국정책방송원)의 경우 앞선 방침에 따라 방송작가와 계약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양승동 KBS사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 건과 관련해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TF를 구성해 준비해 왔고 10월 중 전 작가에 대해서 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모두 표준계약서로 쓰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저한테 제출한 자료는 표준계약서가 아니라 13명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고용계약서였다. 들으신 얘기가 완전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법적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런 계약서는 안 쓰는 게 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체부가 당시 KBS를 참석시킨 건 KBS가 모범을 보이면 다른 곳도 이에 조응해 길을 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서다. 방송사 미래는 콘텐츠고 콘텐츠는 서사의 힘인 만큼 미래지향적 태도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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