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이 발생한지 11일이 지나고 있다.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북한 경비정은 2000년에 15번, 지난 해에 12번, 올들어 지금까지 14번 서해NLL(북방한계선)을 넘었다. 8일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서해교전때 침몰한 우리 참수리 357호의 인양날짜를 북측에 사전통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이번 서해교전 사태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사례이며 북측의 주장은 자신의 해상분계선 경계를 주지시키고 그 통제수역임을 억지주장하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군 경비정이든 민간 선박이든 동해에서는 월선에 의한 군사적 갈등, 교전사태는 없었다. 이와 달리 서해는 99년 서해교전이 말해주듯 항상 해상 국지전 가능성이 엄존하는 지역이다. 우리는 서해안에 NLL, 어로저지선(적색선), 어업통제선, 어로한계선 등의 경계를 부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에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해상분계선, 5개섬 통항 수로 등을 그어놓고 있다. 바로 일촉즉발의 서해교전 해결 실마리는 엇갈리며 복잡미묘한 서해 경계선을 어떻게 남과 북이 슬기롭게 평화적으로 타협해 내는냐에 달렸다. 더구나 이곳은 수많은 남과 북 양쪽 어민들의 생계터전이요 한반도 인근해역중 최대의 꽃게 어장이다. 북 어민이 잡은 대다수 꽃게 또한 중국으로 수출, 1차 가공되어 다시 인천항으로 수입된다고 한다.
이러한 서해 분계선상의 얽히고 설킨 남북현안을 한가닥씩 풀어보려는 자세가 남북 정부 당국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세계가 주시하는 남과 북이 일방적 군사성명이나 규탄문 발표보다 서류 뭉치를 들고 테이블 건너편에서 서로 만날 때 제 3의 서해교전은 예방되는 것이다.
이번 서해교전을 두고 우리 언론들은 북의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한 응징만이 해답이라는 주장과 의연하게 대처하되 섣부른 확전불사론을 경계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마치 전면전을 불사하더라도 전투에서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 맹목성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애시당초 세계 최고 수위의 분쟁지역 한반도에서 전형적인 ‘예측불능국가’ 북한을 상대로 강경일변도의 군사적 승리전략은 오히려 북의 전략에 말려드는 형국이란 것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북갈등사태가 터지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언론의 한 진영은 이 사태의 원인이 우리 정부의 퍼주기식 햇볕정책, 군의 해이한 안보태세, 섣부른 대화주의탓이라고 질타 비난하며 ‘동네북’처럼 두들겨댄다. 하지만 이는 대안없는 꾸짖음일 뿐이다. 우리 군은 적의 선제공격에 전혀 대응 못하는 ‘식물군대’가 아니다. 쌍방에게 막대한 피해만 남기는 동족상잔을 최대한 피하면서 국지전의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려는 현장 군 지휘관들의 심려를 일도양단하여 정파적 판단으로 재단할 수 는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은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 남쪽이 대북 경계심 안보태세가 와해되고 해체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명심하고 있다.
분명히 현재와 같은 미봉책 상황에서는 서해교전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우리 언론은 필요하다면 대규모 전투력을 투입해서라도 전투에서 꼭 승리해서 북 경비정을 격침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 언론의 할 일은 서해 군사분계선상의 불꽃튀는 군사적 갈등을 서해 연평꽃게어장의 남북 실무협상 줄다리기 형국으로 전화시키는 데에 ‘도화선’이 되고 ‘인입선’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안을 궁구하고 가설을 설정해서 갈등을 화해로 변화시키는 아젠다를 우리 언론은 생산해내야 한다. 사단만 벌어지면 손가락질하며 서로 탓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문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논의를 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즉자적 대응에 쏠리지 않고 우리가 그 지름길을 찾아갈 때 건너편 ‘예측불능국가’도 우리의 길에 합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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