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온 지 3년째… 돌 던지는 노랑아! 오래오래 건강하렴"

물고기 '노랑이' 키우는 정선영 연합인포맥스 기자

정선영 연합인포맥스 기자가 키우는 시클리드 ‘노랑이’. 어항 벽에 돌 던지기가 취미인 시크하고 독립적인 물고기다.

▲정선영 연합인포맥스 기자가 키우는 시클리드 ‘노랑이’. 어항 벽에 돌 던지기가 취미인 시크하고 독립적인 물고기다.

이름은 노랑이다. 이 녀석은 시클리드라는 종류의 노란 물고기다. 매일 꼬박꼬박 우리 집에서 끼니를 챙겨먹고,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렇지만 누군가와 수다를 떨거나 집을 어지르지는 않는다. 가로세로 30cm 남짓의 어항에 혼자 사는 노랑이는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며 우리를 관찰한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녀석은 돌을 던진다. 신기하게도 가끔 어항 벽에 잔 돌이 부딪치는 소리가 또르르 하고 들린다. 노랑이가 돌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심심 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세살 쯤 되지 않았을까. 집 근처 마트에서 아기와 물고기를 구경하다 생각지도 않게 데려온 녀석이었다. 그 덕에 나는 한동안 잊고 지내던 물 생활(어항을 꾸미고, 물고기를 키우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아기는 물고기 네 마리를 색깔별로 이름을 붙였다. 노란색이라 노랑이다.


우리는 번번이 노랑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네 마리의 아기 시클리드가 함께 왔었다. 노랑이를 포함해 색색의 예쁜이들이 어울려 놀았다. 하지만 하나 둘 죽어버렸고 노랑이는 혼자 튼튼하게 자랐다. 다소 난폭한 성향의 시클리드와 합사가 가능한 청소물고기나 다른 어린 시클리드를 넣어줬지만 관계가 오래가지 못했다. 심지어 새로 온 친구들은 번번이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자살했다. 노랑이는 결국 혼자 남았다.


친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 좀 안쓰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냥 두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노랑이를 하숙생처럼 여긴다. 노랑이는 자유롭게 헤엄치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 어항을 톡톡 두드리거나 어항 쪽을 바라보면 냉큼 온다. 마치 달려오는 것만 같다. 말이 안 통하니 한동안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노랑이는 눈치를 보며 돌을 던지다 심심해지면 반대편으로 가버린다.


긴 여행으로 집을 비울 때가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노랑이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끼어드는 시간이다. 아기는 어항 옆에 붙어 앉아 노랑이에게 밥을 주고 인사를 한다. 나는 비교적 오래 먹을 수 있는 큐브 모양의 영양 먹이도 넣어준다. 평소 노랑이와 데면데면하면서도 가장 잘 챙기는 남편은 어항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비닐로 소중히 감싼다. 휴가를 다녀오면 서둘러 물을 채우고 노랑이가 잘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노랑이는 지금껏 내가 키워 본 물고기 중에 제일 독특한 물고기다. 예전에 키운 물고기들은 다 착했다. 천사처럼 나풀거리며 물속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귀여웠다. 플래티를 처음 집으로 데려왔을 때 치어 부자가 된 적도 있다. 난생이 아니라 태생인 플래티는 직접 새끼를 낳는다. 난데없이 어항에 반짝이며 돌아다니는 아기물고기들을 만난 나는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다. 브리샤르디 역시 하얗고 부드러운 외모가 예쁘고, 새끼를 잘 돌보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 아이가 핑크 산호의 구멍 속을 드나드는 모습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너무 좋아서 자꾸만 물을 갈아주게 되고, 밥을 자주 줬다. 과도한 사랑과 보살핌 때문인지 모두들 오래가지 못했다.


노랑이는 다르다. 독립적이고, 시크하고, 못됐다. 아기였을 때는 귀여웠지만 지금은 마치 잉어처럼 자라고 있다. 친구들을 쫓아내다 보니 매일 혼자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랑이는 과도한 보살핌 없이 자유롭게 지낸다.


가끔 이 녀석을 오래 들여다보면 흠칫 놀란다. 우리 집에 온지 3년째. 어느덧 크게 자랐다. 노랑이가 던지는 돌 소리도 조금 더 커졌을 것이다. 딱 지금의 거리가 괜찮을지도 모른다. 우리 가족과 노랑이가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적정 거리가 아닐까. 그러니 노랑아. 우리 집에서 오래오래 마음대로 무병장수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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