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술단체' 파헤치기, MBC와 뉴스타파의 콜라보

지상파와 독립언론 협업 이끈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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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캡처

▲/MBC 캡처


지난달 19일 MBC ‘뉴스데스크’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방송됐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 기자가 MBC 뉴스 리포트<큰 사진>에 등장한 것. 사이비 국제학술단체 WASET(와셋)에 한국인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왔다는 사실을 고발한 이 보도는 뉴스타파와 MBC 탐사기획팀이 ‘콜라보’한 합작품이다.


관례대로라면 취재는 공동으로 하되 보도는 각자의 바이라인을 달고 ‘따로’ 하는 형식을 취했겠지만, MBC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리포트를 맡기고 스튜디오 출연까지 시키는 ‘파격’을 택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MBC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이번 프로젝트는 먼저 와셋을 취재하던 독일 북부 공영방송 NDR이 뉴스타파에 취재 협조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가짜 논문도 참가비만 내면 채택해주는 엉터리 학술단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가디언, 르몽드, 뉴요커 등 18개국에서 23개 언론사가 손을 잡았다. 이 프로젝트 취재를 직접 지휘한 김용진 대표는 가짜 학술학회가 학계에서 암암리에 활용되는 실태를 널리 알리고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급적 많은 플랫폼에 내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MBC 보도본부에 협업을 제안했고, 긍정적인 화답을 받았다.


역할 분담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졌다. 뉴스타파가 와셋 학회 잠입취재와 논문 관련 데이터 분석 등을 맡고, MBC 탐사기획팀이 국내 학자들의 와셋 활용 실상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19일 43분짜리 다큐멘터리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같은 날 14분 이상을 할애해 집중 보도했다. MBC는 “공영방송 MBC가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준다는 의미”라고 보도 의의를 설명했다.


김용진 대표도 “공영방송 MBC가 공적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대표는 “지상파 뉴스에서 타사 기자가 자기 바이라인을 달고 직접 리포팅한 것은 처음으로 안다”면서 “MBC 보도국이 파격적인 편성으로 일종의 큰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독과 경쟁으로 대표되던 기존의 언론 문화를 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앞으로 언론사 간의 협업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공동취재 및 보도 사례는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올 초 MBC와 시사인이 ‘현직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를 함께 취재했고, KBS·뉴스타파·프레시안은 지난 5월 ‘삼성전자 전무 기술유출 의혹 사건’을 공동으로 취재해 보도했다. 또 지난달 8일엔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장충기 문자 속 삼성과 언론’ 취재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이 힘을 합쳐서 중요한 이슈를 취재하고 각자가 가진 다양한 독자와 시청자층을 상대로 폭넓게 보도해 파급력을 극대화 한다면, 저널리즘이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협업 대상과 플랫폼을 다변화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공식 논의는 아님”을 전제로 “YTN이 정상화 되면 뉴스타파를 거쳐 간 우리 ‘역전의 용사들’과 힘을 합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비영리 독립 매체라 상업 매체와는 협업하기 쉽지 않겠지만, 공적 매체와는 얼마든지 협업할 수 있다”며 “앞으로 1인 미디어도 의미 있는 이슈나 오리지널 인포메이션이 있다면 공영성 있는 매체에서 폭넓게 채택해 다루고 확산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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