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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한 달… 변화는 시작, 갈 길은 멀다

근로시간 인식 변화 ‘절반의 성공’

최승영·강아영 기자2018.08.01 16:14:07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기업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월요일인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기업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는 최근 들어 “퇴근 후 자유의지가 아니고선 뉴스를 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20판(2판)이 나오는 밤 9시까지는 집에서도 휴대폰을 보던 게 일상이었다. 부장이 언제든 전화를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이젠 그러지 않는다. “오후 6시 반 이후엔 가판도 보지 말고 연합도 보지 말고 퇴근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6시 반 이후 상황은 야근자 책임이 됐고, 20·30판에 쓰는 기사는 연장근로로 잡힌다. 근무시간이 오전 9시30분~오후6시30분으로 30분씩 늦춰지고, 일부 부서에만 보장되던 야근 다음날 오전 오프가 소속 부서까지 확대된 것도 변화다.


임 기자는 “밤에 기사를 보다가 아이가 다쳐서 속상한 적이 있었다. 밤에 업무를 끊어주니 아이한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어 “야근 다음날엔 아이를 등원시켜 줄 수가 있어서 야근을 하고 싶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새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났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근로자 동의 아래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축소를 기자들은 실감하고 있었다. “작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란 평이 많다. 실제 올해부터 법 적용 대상이 된 주요 언론사 상황을 살펴보면 최소한의 어떤 변화는 분명히 감지가 된다.


우선 ‘주5일 근무’와 ‘야근 시 다음날 오전 근무 오프’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분위기가 보인다. 일요일 근무 시 평일 하루 휴무를 보장하거나 야근 근무시간만큼을 다른 근무일에서 제외해 주는 움직임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관련 조선일보 가이드라인엔 주당 근로시간을 되도록 48시간(4시간 예비) 이내로 하고 야근자는 다음날 출근시간을 늦추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51판(2판) 마감 후 퇴근 시 오전 11시 출근, 52판(3판) 후 퇴근 시 오후 1시30분까지 출근토록 하는 식이다.



‘근로시간’에 대한 전반적 인식 자체가 높아졌다는 점도 변화다. 대강의 방침이 정해진 언론사들은 ‘수당 체계’ 개선 등을 두고 노사가 씨름 중이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이 합의되지 못한 매체들의 경우도 편집국 차원에서 여러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 한 부장급 기자는 “데스크들도 오후 6시 반이면 잘 안 보이는 분위기”라며 “어차피 연차를 다 못 쓰니까 대휴 발생 시 꼭 대휴가 아니라 임금을 다 받을 수 있는 연차를 올리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와 조선일보에선 각각 ‘연장근로 기록시스템’, ‘출퇴근 시간 입력 조회 시스템’ 등도 마련 중이다. 수당 지급과 맞물린 것이지만 개별 기자들의 ‘근로시간’에 대한 인식을 현실에서 자리 잡게 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주 5일’은 지켜지지만 일 할당량은 그대로라 야근 등 평일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업무강도가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일보 한 기자는 “(평일에) 퇴근하고 나서도 해야 될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국민은 근로기준법 시행과 맞물려 토요판을 사전제작하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이에 따라 평일 마감 후 가욋일이 생겼다. 이 기자는 “토요판팀과 나머지 부서의 기획기사로 금요일 이전 제작을 마치다보니 아이템 구상과 취재, 집필을 별도로 해야 한다. 퇴근하고 나서 해야될 일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금요일을 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일요일 출근자가 많게 된다. 법 취지가 일과 삶의 균형인데 쉬는 날 아이랑 놀아주지 못하게 되는 한계가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한 기자도 “주 5일은 확실히 한다. 다만 여파로 야근이 늘었다”면서 “야근을 하면 다음날 오전에 쉬고 점심 때 나오는 걸로 바뀌었으니 낫지만 오전에 그냥 쉴 수도 없다. 부서장에 따라 다르지만 계속 뭐 쓸지 준비하라, 보고하라 압박을 받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근로시간 준수가 형식적으로만 유효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시간을 지키라고 지시하고 시간을 봐서 근무표를 작성한다. 초과로 쓰면 우리 잘못이 되고 지시 불이행이 된다”며 “퇴근은 일러졌지만 남아 있지 못하게 하는 거니 집에서 하게 된다. 야근 후 다음날 오후 출근이지만 오전에 당연히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다”고 비판했다.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근로기준법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으려 하며 논란이 되는 언론사도 있다. 연합뉴스 노사는 부서장과 팀장이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다. 노측은 부서장도 대상자란 입장이지만 사측은 통신사의 특수성을 이유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최근 노보에서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인사부에서 오히려 부서장과 팀장도 노동시간 단축 대상자임을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며 “회사는 노동부의 어설픈 행정해석에 기대여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적극 대응 의사를 밝혔다.  


최승영·강아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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