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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까지 쥐락펴락하려한 양승태 대법원

상고법원 도입 위한 ‘언론 활용’ 문건 드러나

이진우 기자2018.08.01 00:04:0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언론사와 기자를 전방위로 접촉하고, 보도방향을 제시하는가하면 언론사 성향까지 분류한 문건<사진>이 공개됐다. 특히 조선일보에는 상고법원 홍보를 위한 설문조사와 좌담회, 기고 등의 게재를 주문한 대가로, 법원 예산 일부를 광고비로 지급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문서 파일 가운데 미공개 문건 196개를 법원 내부망에 공개했다. 문건에는 양승태 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의 홍보와 여론 형성을 위해 개별 언론사들을 논조에 따라 나눈 뒤, 전략적으로 이용한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2015년 6월1일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신문·방송 홍보전략’을 보면 “최근 주요 언론에서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 및 사설 다수를 게재했는데, 여세를 몰아 여론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건은 “기존의 도입 필요성에 관한 정보 전달 및 설득에 중점을 둔 홍보 전략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후 보완책 논의에 중점을 둔 굳히기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홍보방안 로드맵’으로는 한국일보 기획기사, 조선일보 데스크 칼럼, 연합뉴스TV ‘담담타타’, KBS 라디오 공감토론, MBC 뉴스플러스, 동아일보 기획기사 등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6월 초순 진행 중인 국민일보 기획취재에 대해 담당 기자 및 데스크를 상대로 각각 별개의 접촉루트를 통해 자료 제공 및 설득 작업에 착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행정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보수 성향 언론으로 지목하고 집중적인 관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에 대해서는 “중앙일보 공식입장이 상고법원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고, 상고법원과 관련해 우호적인 아이템으로 한번 상당한 지면을 배정해주기로 협의돼 있는 상태로서, 결정적인 활용 시기를 저울질 중이나, 아이템 내용이나 형식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고 언급했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언론사로 분류한 한겨레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에 대하여 독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명분으로 대등한 지면 요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가장 활발하게 반대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를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공세적 논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공개된 문건 중 조선일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파일 목록은 △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 버전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 첩보 보고 △조선일보 홍보 전략 △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콘텐츠 검토 △조선일보 보도 요청 사항 등 9건에 이른다.

 

지난 2015년 4월25일 기획조정실과 사법정책실이 함께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을 보면, 당시 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설문조사와 좌담회, 칼럼과 외부 기고문 게재 등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문건에 “일반재판운영지원 일반 수용비 중 사법부 공보홍보 활동지원 9억9900만원 편성”이라고 명시하며 조선일보에 홍보 대가로 광고비를 지급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이 실제 실행됐는지의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할 대목이다. 다만 2015년 5월 6일 ‘조선일보 방문 설명 자료’ 등의 문건이 작성된 뒤 조선일보 5월28일 1면과 3면에 <상고법원 논의, 국민입장에서 보라> <대법원에 연3만7000건...“기다리기 지친다, 졸속재판도 싫다”>는 제목으로 기획 기사, 6월1일 <상고심 개편 이젠 결론 내자>라는 데스크 칼럼이 실려 일각의 지적을 받고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사법부와 언론이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처장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만 10건에 달하는 문건이 있다는 건 조선이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굉장히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 문건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선일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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