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하는~ KBS 4500명의 수호천사 '김비서'

전략기획실 7명 익명 활동
KBS 직원들에게 선물 주고
각종 응원·이벤트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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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페이스북 계정 '김비서' 캐릭터.

▲KBS 페이스북 계정 '김비서' 캐릭터.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한국방송~’ 9시 뉴스 시작 전 KBS에서 나오는 로고송이다. KBS 구성원들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일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노랫말이다. 그런데 “KBS 구성원들은 누가 위해주냐”며 자신이 구성원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이가 등장했다. 지난달 11일 페이스북 계정을 연 ‘김비서<사진>’다.


김비서는 KBS의 약자이지만 한편으론 ‘흑역사’로 불리우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에 정성을 다한다’며 시민들이 비아냥으로 부른 호칭을 새롭게 바꿔보고자 붙인 이름이다. 전략기획실에서 그런 김비서를 탄생시켰고 7명이 김비서 업무를 보게 됐다.


김비서가 누구인지는 그러나 ‘대외비’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에서 만난 김비서는 자신의 존재를 다른 이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김비서는 수첩을 들고다니며 구성원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비서같은 존재”라며 “똑똑하고 재빠르진 않아도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40대 이미지다. 그러나 수호천사 같은 캐릭터라 실제 김비서가 누구인지는 비밀”이라고 말했다. 김비서의 페이스북 프로필 역시 안경을 쓴 뒷모습의 남성일 뿐이다.


김비서의 존재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김비서는 양승동 사장의 법인카드로 구성원들에게 아낌없이 선물공세를 하는가 하면 심심찮게 깜짝 이벤트를 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지방선거, 월드컵으로 달아오른 ‘슈퍼위크’를 이겨내라며 12일부터 3일간 신관 복도 등에 무료 간식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사무실이 생긴 탐사보도부에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게 만들어달라며 ‘표백’ 비누를 선물하는 식이다.    


또 다른 역할은 그동안 KBS 내부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적폐를 청산하고 그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다. 2015년 사내게시판에 KBS 보도의 문제점과 함께 욕설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던 신기섭씨의 복직날, 그의 아내에게 장미꽃 100송이 이벤트를 한 것이나 KBS판 ‘명박산성’으로 불렸던 신관 입구의 큰 북을 7년 만에 치운 것이 그 일환이다.


김비서는 “KBS가 이제 신뢰를 회복해야 하지만 공정성 하나만 갖고 싸우는 동안 미디어 환경이 너무나 바뀌었다. 이제 공정한 방송만으론 경쟁력이 없고 어떻게 할 것인지 기로에 섰다”며 “당장 제작비 인상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우애라도 좋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동안 핍박받던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 일년이면 50번 4500명 구성원들에게 계속해 이벤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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