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차 기자들 '문패 기사' 열풍

출입처-비출입처 주제 안 가리며 전문성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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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름을 문패로 내건 기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주로 고참기자 칼럼에 붙던 ‘[○○○ 기자의 △△△△]’이 연차를 불문하고 기자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언론계에선 ‘문패 기사’를 활용한 기자 브랜딩 대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문패 기사의 존재감은 디지털에서 두드러진다. 분량과 시간의 제한 없는 디지털에선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모두 쏟아 부을 수 있다. 지면에서보다 넓고 깊게 들여다보며 기자의 전문성을 드러내기 적합하다.



언론사들도 문패 기사를 디지털 전용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향신문 정책사회부는 지난달부터 [배문규의 에코와치], [홍진수의 보복사회], [노도현의 스쿨존] 등 연재를 시작했다. 각각 환경담당, 보건복지부, 시교육청 출입 기자다. 기사를 통해 단순히 팩트만 전달하기보다 기자의 시각을 반영해보자는 구정은 부장의 주문이었다.


배문규 경향신문 기자는 “(문패 기사 연재는) 기자 브랜드화와 디지털 콘텐츠 강화의 일환”이라며 “기자들은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기사를 쓴 뒤 문패를 달아 디지털로 송고한다. 이후 부장이 지면용으로 가다듬는 구조라 기자들은 이중작업의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016년 정치 웹사이트 ‘정치BAR’를 열면서 기자마다 이름을 내세운 디지털 코너를 만들었다. 취재후기 형식으로 [송경화의 올망졸망]을 연재하는 송 기자는 “딱딱한 스트레이트가 아니라 구어체로 자세히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며 “취재원들의 반응도 좋다. 올망졸망을 읽고 제보해주는 분도 많아 디지털 기사와 지면 기사가 선순환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문패 기사로 출입처에서 전문성을 쌓은 경우다. 생활경제부에서 식음료를 담당하는 그는 출입처 이슈와 독자 간의 접점을 찾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커피를 떠올렸다. 지난해부터 커피 이야기를 담은 [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을 쓰면서 한국경제가 주최한 ‘청춘 커피 페스티벌’을 기획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이름 걸고 기사를 쓰면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취재원 인맥이 넓어졌고 나름의 브랜드도 생긴 것 같다”며 “(문패 기사로) 기자로서 한 분야를 깊게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출입처와 별개로 자신의 관심사를 다루며 새로운 취재영역을 만든 이들도 있다. 자칭 타칭 ‘맥주 덕후’ 심현희 서울신문 기자는 디지털과 지면에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를 싣고 있다. 체육부인 심 기자는 맥주를 새로운 출입처라 여기고 퇴근 후에 틈틈이 취재했다고 한다. 심 기자는 “2016년부터 연재했는데 지금은 ‘맥덕 기자가 쓴 맥주 기사’의 브랜드 가치가 생겼다고 자부한다”며 “매체보다 기자의 전문성이 독자의 신뢰를 받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기자 입장에서 (문패 기사는) 콘텐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을 연재한 최현태 세계일보 선임기자는 “특정 기자와 언론사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전문성이 돋보이는 기사는 디지털에서도 많이 읽힌다”며 “스타기자가 탄생하려면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회사가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 브랜드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앙일보다. [윤석만의 인간혁명],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고란의 어쩌다 투자] 등 독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콘텐츠가 많다. 중앙은 전문성을 지닌 문패 기사를 통해 기자 브랜드를 키우고, 나아가 콘텐츠 유료화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김영훈 중앙일보 디지털국장은 “포털체제에선 콘텐츠 공급자와 독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양질의 뉴스가 소비될 수 있도록 그 연결고리를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며 “이미 의미 있는 독자군을 형성하고 특정 분야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기사들이 있다. 정기성을 확보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콘텐츠 유료화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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