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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회 이달의 기자상] 한겨레 이문영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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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문영 기자.

▲한겨레 이문영 기자.

한 사회가 죽음을 대면하는 방식에서 그 사회의 가장 깊은 바닥이 노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의 죽음을 다루는 정치가 아프게 확인시켰습니다.


보이지 않게 살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을 맞은 이들이 ‘산 자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삶과 죽음이 지역의 역사, 도시개발의 방향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살피기 위해 특정 도시의 무연고 사망자들을 불러냈습니다.


인천은 한국 사회의 단면들이 압축된 도시입니다. 일본과 미국, 농촌과 도심, 원도심과 신도시, 판잣집과 고층 빌딩, 항구와 공항, 굴뚝과 첨단이 공존합니다. 선거 때마다 표심 분포가 전국 지형과 유사해 한국 여론의 축소판이라 평가받기도 합니다. 2013년부터 인천광역시의료원의 협조를 받아 1~2년마다 사망자 정보를 축적했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모은 17년치의 자료(2001~2017년 195명)를 토대로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추적했습니다. 그들의 사망 장소와 주소지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죽은 유령들의 위치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살아있는 유령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죽었으므로 보이지 않으나 살아 있을 때부터 유령이었던 존재들은 ‘스트레이트’라는 그물엔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뭐냐’는 기준으로 ‘야마’를 세우는 전통적인 문법에서 그들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그들의 삶과 죽음들을 ‘쓸 만한 이야기’로 길어내기 위해 유령의 목소리를 차용(5회 연재)했습니다. 성대가 제거된 사람들에게 죽어서라도 ‘나 여기 있다’며 외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기억되지 못한 자들을 기록하는 일은 역사가 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역사 쓰기라고 믿습니다. 계속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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