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탐사보도팀 신설·강화… 연합뉴스도 가세

다시 탐사보도…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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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의 새로운 전성시대가 열릴 것인가. 최근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이 탐사보도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탐사보도는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을 탈피하고 사실 너머의 진실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꽃’으로도 불리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부침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그런데 최근 언론사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탐사보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선택받기 위해 각 사의 취재 역량을 집대성한 탐사보도로 진검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지난한 파업을 거쳐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최우선 과제로 ‘보도의 정상화’를 내세웠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염원 속에 탄생한 새 리더십인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은 공히 ‘탐사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


양승동 사장은 취임하며 기존의 탐사보도팀을 탐사보도부로 격상시켰다. 10년 전 KBS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탐사보도팀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1차 목표다. 현재 탐사보도부에는 부장을 제외하고 취재기자가 7명(팀장 포함), 촬영 기자가 3명 소속돼 있다. 조만간 데이터 분석가 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프리랜서 리서처도 2명 정도 보강할 예정이다. 작가 등을 포함하면 전체 20명 정도 규모로 예상된다. 유원중 탐사보도부장은 “하반기에 기자 2~4명을 충원할 계획”이라며 “10~12명은 돼야 산술적으로 한 달에 한 건 정도 보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해 12월 기존의 기획취재부를 전환해 보도국 탐사보도부로 개편했다. 탐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제작하는 보도제작2부와 달리 데일리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정상화와 탐사 보도 강화에 주력하며 기능적으로 차별화 했다. 탐사보도부에는 부장 외에 5명의 기자와 AD 2명이 있다. 임영서 MBC 탐사보도부장은 “언론사 존립을 위해선 다른 뉴스, 차별화 된 뉴스가 필요하고 우리만의 주제를 가지고 취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탐사보도에 대한 지원이나 회사 내에서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도 지난달 인사에서 탐사보도팀을 신설하고 임화섭 기자를 팀장으로 발령했다. 기존에 특별취재팀이나 기획취재팀이 존재한 적은 있지만, 탐사보도팀이란 이름의 조직이 꾸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속보와 스트레이트 기사 중심의 통신사에 탐사보도를 전담하는 부서가 생긴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역시 ‘연합뉴스 정상화’의 기대 속에 지난 3월 취임한 조성부 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탐사보도팀은 팀장 포함 기자 4명으로 구성됐다.


기존에 탐사팀을 운영하던 언론사들도 인원을 늘리는 등 확대 개편에 나섰다. 한겨레는 지난달 기존에 탐사보도를 담당하던 디스커버팀에 이어 탐사팀을 추가로 신설하고 기자를 각각 3명씩 배치했다. 박용현 신임 편집국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탐사와 현장성 강화’를 반영한 결과다. 한겨레는 또 여건이 되는 대로 경력 기자를 채용해 3번째 탐사팀을 만들 예정이다. 이재성 탐사에디터는 “탐사 콘텐츠 관련 인원 규모로는 역대 최대”라고 말했다.


‘삼성 에버랜드 땅값 보도’ 등 삼성 관련 연이은 특종으로 주목을 받은 SBS도 기존의 기획취재부를 탐사보도부로 이름을 바꾼데 이어 최근 인원을 보강해 기자 수를 9명(부장 포함)으로 늘렸다. 앞서 JTBC는 지난해 말 기존의 탐사팀을 사회3부로 확대개편하며 탐사플러스팀과 밀착카메라팀을 뒀다. 각 팀에는 팀장 포함 기자가 각각 10명, 3명 씩 소속돼 있고 VJ 6명, 작가 3명이 있다. 임진택 탐사플러스팀 기자는 “인력과 자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보다 짧지만 파장이 큰 보도 위주로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탐사 보도 인력이 많아지면서 ‘출입처 밖’ 취재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4년 안식년 기간 동안 뉴스타파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유원중 KBS 탐사보도부장은 “경쟁도 하지만 협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부장은 “탐사보도의 부활과 투자는 반가운 일이지만 탐사팀이 서로를 경쟁상대로만 인식하고 취재하면 진정한 탐사보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제약 조건이 될 수도 있다”며 “막연한 경쟁의식을 갖기 보다는 국민에게 진실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보도를 위해 협조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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