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사건기사에 스토리 더하니 독자들이 읽기 시작했다

책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펴낸 한국일보 경찰팀

김달아 기자2018.02.27 21:25:21

‘이 기사를 우리가 쓸 수 있을까? 독자들이 읽기는 할까?’


한국일보 경찰팀 기자들은 지난해 기획 시리즈를 준비하며 걱정이 앞섰다. 과학수사에 초점을 맞춰 강력 범죄를 재구성하는 기획. 사람들이 형사 사건에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었다. 이미 보도된 사건을 차별화해 풀어내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 신문 한 면짜리 기사라 매번 원고지 30매 가까이 써내야 했다. 설렁설렁 취재해선 채울 수 없는 분량이었다.


당시 기획을 주도한 조원일 기자는 “솔직히 부담이 컸다”면서도 “사건기사에 애착 있는 데스크들이 많았고, 경찰팀에서도 깊고 긴 기획 연재를 해보자는 분위기여서 일단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범인 잡는 과학> 시리즈가 시작됐다. 경찰팀은 지난해 3월부터 사건의 흐름과 함께 과학수사 기법, 역할을 조명하는 기사를 연재했다. 하반기에는 새 시리즈 <완전범죄는 없다>를 선보였다. 경찰과 범인의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을 그렸다.


연재가 시작되자 기자들의 의문은 사그라들었다. 독자들은 현장 냄새 폴폴 나는, 읽을 맛 나는 기사에 뜨겁게 반응했다. 기사가 올라오는 격주 화요일마다 온라인 조회수 상위에 시리즈가 줄을 이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마포 의사 만삭부인 살해 사건, 시화호 토막 살인 사건,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춘천 시신 없는 살인 사건…. 언론사 대부분이 다뤘던 사건이지만 한국일보 경찰팀의 기획기사 속에선 더욱 생생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으로 사건을 풀어내며 실감을 더했다. 기사라기보다 단편 소설 같달까. 경찰팀은 두 기획을 묶어 지난달 책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를 펴냈다.


한국일보 경찰팀 기자들이 과학수사 기법, 범죄 현장의 두뇌 싸움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묶어 책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를 펴냈다. 사진은 기획에 참여한 곽주현 기자(왼쪽부터 ), 조원일 기자, 김형준 기자. 조 기자와 곽 기자는 얼마 전 부서를 옮겼고 김 기자는 경찰팀에 남아 있다.  (김달아 기자)

▲한국일보 경찰팀 기자들이 과학수사 기법, 범죄 현장의 두뇌 싸움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묶어 책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를 펴냈다. 사진은 기획에 참여한 곽주현 기자(왼쪽부터 ), 조원일 기자, 김형준 기자. 조 기자와 곽 기자는 얼마 전 부서를 옮겼고 김 기자는 경찰팀에 남아 있다. (김달아 기자)

“알려진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사 형식과 문체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기사가 소설 같은 흐름이라 플롯이 잡히지 않으면 긴 분량을 못 채우거든요. 최대한 많은 팩트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죠.”(조원일)


기자들은 사건이 발생했던 현장, 담당 경찰들을 찾아다니며 전국을 누볐다. 수많은 재판기록과 수사자료를 살폈고 과학수사 학술대회 자료까지 뒤졌다.


“사건을 해결했던 경찰 입장에서 들여다봐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품이 들더라도 직접 현장을 찾았고 외곽취재도 해보면서 자세한 내용을 담으려 했습니다.”(김형준)


단순한 사건 개요보다 해결 과정에서 경찰들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집중했다. 현장에 가야만 했다. “취재뿐 아니라 기사 형식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상세한 사연과 정확한 묘사, 사건의 흐름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하면서 전에 나왔던 기사들과 차별화했습니다.”(곽주현)


기자들은 일상 업무와 기획 연재를 병행하며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기자는 “누구도 써본 적 없는 기사 형식을 경험한 것”이라며 “기자로서 배워가는 과정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곽 기자는 이번 기획 기사를 쓰며 스토리텔링 방식이 신문에 잘 어울린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스트레이트 기사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사건이 터지면 관련 뉴스는 오늘 다 소비돼요. 내일자 신문에서 같은 내용을 볼 이유가 없는 거죠. 신문이 다음날 꼭 읽어야 할 글을 이야기하듯 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신문 읽는 의미를 주고 싶어요. 저희 기자들의 몫이겠죠.” (곽주현)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