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 하는 보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한국기자상 수상자 수상소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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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모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22일 열린 제49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에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 사회 외면 받는 이웃에 주목하기 위해 현장 곳곳을 뛰어다닌 기자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기자들은 취재원들에게 상의 공로를 돌리며 “좋은 보도, 지금 시대에 꼭 해야 하는 보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수상소감 전문이다.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시사IN 특별취재팀.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시사IN 특별취재팀.

<단독 입수 안종범 업무수첩 및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 보도> 주진우 시사IN 기자
먼저 가장 권위 있는 상을 타게 된 기자 여러분들께 축하를 드린다. 안종범 수첩은 12권이 아니라 51권이다. 51권을 입수하고 분석해서 보도를 해준 우리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영광과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덕담은 이 정도 하고 진실보도, 사회정의를 위한 보도를 기자들이 열심히 했으면 박근혜가 있었겠고 이명박이 있었겠냐는 생각을 먼저 한다. 저는 이명박 신봉자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얘기 먼저 하겠다. 10년 동안 제가 쫓아다녀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모아서 보도를 했다. 그래서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설 날이 며칠 안 남았는데 제가 쓴 책과 제가 쓴 기사가 수사팀에 가봤더니 교본이 돼서 그대로 진행되고 있더라. 하나하나 이렇게 수사결과로 나오고 있는데 왜 이명박 프로젝트는 상을 못 받는지 묻고 싶다. 그보다 나은 기사가 있었나. 그냥 지나가겠다. 삼성 김용철 변호사 비자금 관련된 보도를 했었는데 그 기사를 써서 특검이 바로 진행됐다. BBK 메모, 에리카김에게 전한 김경준의 메모를 써서 특검이 있었다. 그리고 내곡동 사저 때도 제가 보도를 해서 특검이 됐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할 때도 제가 보도를 해서 특검이 있었다. 그런데 기자협회에선 네 번의 특검 과정에서 상을 한 번도 안 줬다. 기분이 나빠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다. 왜 이 얘기를 하기 시작했냐면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판결문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가 1년 출입정지를 당했다. 얼마 전엔 한겨레가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를 보도했다고 경찰청에서 출입정지 징계를 받았다고 들었다. 진실을 보도하고 사실을 보도하는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제가 출입처 기자실에서 매번 쫓겨나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얘기로 조금만 넘어가면 불과 재작년만 해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어떻게 했나. 짜인 각본과 순서대로 연기하지 않았나. 더 슬픈 것은 네 번째 질문하기로 돼 있던 기자가 자기 순서를 아는데도 세 번째 손을 들었다는 거다. 그 때 기자들이 뭐했나. 그 때 기자협회는 뭐했나. 5공 때 박정희 때도 언론통제 보도통제 할 때도 빛나는 비판 의식을 보여준 기자협회인데, 기자협회보였는데 그런데 그 때 기자협회 뭐했나. 기자협회의 가장 큰 일이 축구 시합이면 안 되지 않나. 야구 시합이면 안 되지 않나. 기자들이 이렇게 빛나는 보도를 해서 올해도 잘했다 이 말로 끝내기엔 안타까운 부분이 너무 많다. 박근혜를 만들고 이명박을 키우고 그들을 괴물로 놔뒀던 건 기자들이었다. 축하하는 자리인데 처음에 이런 얘기해서 죄송하다.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엄성섭 김남성 백대우 이채현 최우정 기자.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엄성섭 김남성 백대우 이채현 최우정 기자.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 엄성섭 TV조선 기자
정말 이런 자리에 설 거라고는 평생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저도 기자 생활 한 20년차 가까이 됐는데 제가 이 자리에 설 거라고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정말 너무나도 영광스럽고 귀한 자리다. 작년에 저희 TV조선이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비록 저희가 대상은 아니지만 이런 자리에 2년 연속 자리를 했다는 데 정말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말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저희 TV조선이 작년에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으면서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까지 맞았다. 그 과정에서 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과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 양측에 모두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진실을 보도한다는 자세 하나로 저희는 앞뒤 보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해왔다. 그 과정에서 이렇게 상을 타는 그런 영광을 맞아 더 감사하다. 지금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저희 팀원들이 있었기에 이 상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강상구 부장도 계시고 지금 신문에 계시지만 배성규 정치부장 그리고 주용중 보도본부장과 김민배 대표의 적극적 지원이 없었으면 저희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저희는 항상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한다는 자세로 모든 보도들을 하고 있다. 진실을 말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사실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모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최대한 앞으로도 노력을 하겠다. 그리고 다짐하기로는 내년에도 한국기자상 본상이 아니라 대상으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가정보원 비선 민간여론조작 조직 실체>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완 하어영 정환봉 기자.

▲<국가정보원 비선 민간여론조작 조직 실체>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완 하어영 정환봉 기자.


<국가정보원 비선 민간여론조작 조직 실체> 김완 한겨레 기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꽃다발 내려놓고 수상소감 하는 게 이런 일이구나.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지금은 국가정보원이 여론조작하고 민간인들 동원해서 여론 활동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고 낱낱이 밝혀진 일처럼 느껴지지만 당시 첫 보도를 할 때는 쉽지 않았다. 그 전에 무수하게 많은 취재 실패를 했었다. 두드린다고 취재가 된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와서 이런 일이 있다고 말해줄 일도 아니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다가 저 제보 메일 받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저도 10년 넘게 기자를 했는데 가장 완벽하게 어떤 물건이 들어왔다 이런 느낌을 받은 제보가 왔다. 그 제보를 통해서 기사를 쓰는 일은 쉬웠다. 너무나 줄줄줄, 흔히 기자들이 하는 말로 쓰면 되는 제보였고 그걸 토대로 국정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하어영 팀장과 정환봉 기자와 같이 3~4주 동안 신나게 기사를 썼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국정원 관련된 여러 보도를 했다. 엔터팀을 운영했다는 사실도 처음 보도를 했고 언론닷컴이라고 하는 보수우파 인사 80여명으로 이뤄진 데이터베이스 언론사를 운영했다는 사실도 보도했고 LG그룹에서 직접적으로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 뒤의 보도들은 많이들 기억을 못하시는데 그만큼 알파팀이 좋은 보도였고 최초의 보도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보도를 하면서 저희끼리 잘했다고 다독이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 상 계기로 해서 앞으로도 좋은 보도, 지금 시대에 꼭 해야 하는 보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기자가 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류이근 임인택 조일준 최현준 기자.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류이근 임인택 조일준 최현준 기자.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최현준 한겨레 기자
취재 기여도를 봤을 때 방금 상 받고 들어간 임인택 팀장이 이 자리에 서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제가 좀 더 잘생겼다고 이 자리에 서라고 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농담이다. 여러분 스노우볼 아시나. 눈을 뭉쳐서 굴리면 자동으로 굴러가면서 점점 더 커지잖나. 저희 이번 보도가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7월에 강원랜드와 공공기관들에 대한 채용비리 취재를 시작했고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간 보도를 했다. 저희 보도 이후에 청와대와 기재부가 전수조사를 했고 검경이 수사를 했다. 공공기관 외 은행권 채용비리가 별도로 드러났고 급기야 강원랜드는 재수사에 이어 수사검사가 수사외압을 받았다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사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2배 3배 5배 10배 넘는 파급과 파장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고민을 해봤다. 저희 팀이 굉장히 잘했다는 걸 제외하고 말하면 청년들, 흙수저 청년들의 열패감과 분노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도 마흔인데 기성세대보다 5배 10배 더 컸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럴 수도 있지, 관행이지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민감하게 낮은 자세로 취재를 해야겠다. 저희 팀원들 소개를 했는데 류이근 에디터, 임인택 팀장, 조일준 선배 오늘 이 자리에 오지 못한 임지선 기자 다들 고생 많았고 팀에 넉 달간 취재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준 회사와 동료 기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날씨가 추운데 아프지 마시고 감기 조심하시라. 감사하다.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유대근 김헌주 이범수 홍인기 오세진 기자.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유대근 김헌주 이범수 홍인기 오세진 기자.


<2017 대한민국 과로리포트-‘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유대근 서울신문 기자
같이 취재하고 보도했던 저희 팀 김헌주 이범수 홍인기 오세진 기자 대표해서 여기 나왔고 우선 너무 감사드린다. 저희가 작년에 했던 보도가 한국사회 작은 흔적이나마 남겼다는 걸 이 상으로 공인을 받은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고 좋다. 오늘 같은 상 받으신 다른 수상자 분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린다. 저희 보도는 사실 사회 권력자의 비리를 캐거나 혹은 사회 거악과 맞선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서 영상 보여줄 때 BGM이 앞의 BGM은 장엄했는데 저희는 좀 잔잔한 BGM을 틀어준 것 같다. 저희 기사는 일선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학대받고 쓰여지다가 결국에는 버림받는지 그 과정을 촘촘히 취재해서 전달했다. 한국 사회 요즘에 적폐라는 애길 많이 하는데 여러 종류의 적폐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노동현장에서 일상화된 잘못된 노동관행들이 하루 빨리 뿌리 뽑혀야 할 적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취재하면서 계속 했다. 저희 기사를 읽으신 독자 분들의 노동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지고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 한 편 한 편 써나갔다.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 많은데 저희 기사는 새로 팩트를 찾는 것만큼 신경 썼던 게 스토리텔링, 내러티브였는데 말씀들 소재들은 전부 저희가 만났던 수많은 과로사 유족들이 절절히 토해냈던 것에 기반해 정리할 수 있었다. 그분들이 속 깊은 얘기를 안 해줬더라면 저희 기사는 완성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리고 큰 부채의식을 느낀다. 과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저희가 진정성을 가지고 향후에도 계속 추적해나가면서 보도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그 다음에 저희 팀은 다 10년차 미만 젊은 기자들로 이뤄졌고 소속된 부서도 다르고 출입처도 다른 상황에서 과로라는 어떻게 보면 흔한 주제로 심층 기획 보도를 해보고 싶다고 편집국에 말씀드리고 보도가 되는 과정에서 데스크들이 불안해하셨을 법도 한데 불안한 눈빛보다 항상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편집국장과 국장단, 사회부장과 부장단 그리고 편집국의 모든 동료 분들께 감사의 말 드리고 싶다. 끝으로 저희 수상소식 알려진 다음에 같이 취재보도를 했던 저희 기자 중의 한 명이 그러더라. “선배 한국기자상 이렇게 큰 상 받았으니 기자 그만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를 하더라. 그 얘기 들었을 땐 그렇지 하고 말았는데 제가 막상 이 자리에 와서 앞에 서서 얘기를 하고 그러다보니 또 욕심이 난다. 올해 또 진정성 있게 취재하고 겁 없이 보도해서 이 자리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주 현장 실습 사망사고 최초 연속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문준영 제주CBS 기자.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주 현장 실습 사망사고 최초 연속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문준영 제주CBS 기자.


<누가 18살 민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제주 현장 실습 사망사고 최초 연속보도’> 문준영 제주CBS 기자
우선 이 상을 하늘에 있는 민호에게 바친다. 얼마 전에 민호 아버님이 전화가 왔었다. 어머니가 안 좋은 선택을 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놀라서 얼른 가서 만났는데 아직도 유족들은 아들 잃은 슬픔에 고통에서 살고 있다. 빨리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이 상은 지금 제가 혼자 앞에 나와 있지만 저 혼자 받은 게 아니다. 아까 앞에 나와 주신 김대휘 선배, 서울에 있는 성기명 선배, 제주CBS 최종우 본부장님, 이인 선배, 박정섭 선배 있었기 때문에 좋은 보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저희 어머님이 나와 주셨다. 제주에서 평생을 사셔서 오늘 지하철 타는 법을 모르셔서 제가 많이 가르쳐드렸는데 혼자서 아들 둘 키우느라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하고 자랑스러운 아들 되고 싶다. 고맙다.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권혁범 김영록 기자.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권혁범 김영록 기자.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권혁범 국제신문 기자
새벽 5시 반쯤 집을 나서서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는데도 열시 돼서 도착했다. 앞으로는 지역에 있는 분들 위해 시상식 시간을 조금만 뒤로 연기해주셨으면 저희도 오면서 화장실도 한 번 다녀오고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기자상은 기자가 받을 수 있는 그 어떤 상에 견줘도 매우 가치가 있는 상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기사에 이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상은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도 아까 영상에 나오셨던 어머님들, 저 분들 평균 연세가 83~84 정도 되시고 막내가 79 정도 되시고 제일 연장자가 한 92 정도 되시는데 저희들을 아들 손자 삼아주시고 7개월이 넘는 기간,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전력질주하고 계신 저 어르신들이 받는 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감사드리고 오늘 받는 상금이 얼마인지는 와서 봤지만 이 상금은 전액 저 어른신들을 위해서 기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작년 한 해 아시는 분도 계실 테지만 국제신문이 아주 큰 아픔을 겪었고 상처를 입었다. 그 고통을 함께 싸워내서 이겨낸 우리 모든 국제신문 선후배 가족 분들에게 이 상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기 앉아있는 김영록 기자와 저가 저 마을에 들어가 7개월 동안 셋방살이를 하면서 사진기자도 한 명 없이 사진기 들고 펜 들고 어르신들이랑 매일 고스톱 치고 패 뒤집고 감자 쪄먹고 만든 기사다. 제가 너무 많은 요구를 했는데 그 모든 요구들을 기쁘게 받아준 저 뒤에 앉아 있는 김영록 기자에게, 국제신문의 희망 김영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상패를 11년 전에 한 번 받았었다. 바뀐 걸 보니까 펜촉이 그 땐 은색이었는데 금색으로 바뀌었다. 최근에 얘가 11년 정도 되다 보니 세월을 못 이기고 여기가 똑 떨어져 버리더라. 보니까 제 아내가 여기다 양말도 널고 활용을 좀 많이 한 것 같더라. 그래서 아까 어떤 분이 나오셔서 내년에도 이 상을 받으러 오겠다고 했는데 저는 큰 욕심 없이 얘도 나중에 세월을 못 견디고 똑 떨어지면, 행여라도 그 때가 되면 이 상을 받으러 한 번 더 올라오겠다. 감사하다.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성광 한겨레 기자.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성광 한겨레 기자.


<불타버린 코리안드림> 김성광 한겨레 기자
제가 이 상을 처음 받아봐서 떨려서 그냥 적어왔다. 말을 잘 못할 것 같아서. 읽겠다. 산재피해자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는다. 여러 장으로 늘어난 사진만큼이나 제 마음에도 그 화상 자국이 하나씩 늘어난다. 슬픔도 쌓여간다. 성경 마태복음에 적힌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떠올리며 더 슬퍼하겠다는 마음으로 글과 사진으로 피로스 딜란타 폰록 형님들의 서글픈 기억을 기록한다. 취재로 만나면 우리는 냉혹한 현실과 값비싼 수술비로 한없이 무력해진다. 성경 속 한 구절의 내용과 달리 아무리 슬퍼해도 위로는 멀게만 느껴진다. 그들의 삶은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쉽게 사진으로 담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슬퍼할수록 괴로움만 늘어난다. 그리고 부끄러워진다. 같은 성경구절로 시를 쓴 윤동주의 ‘팔복’을 보면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8번 반복하고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로 끝난다. 지난해 말 윤동주 생가에 들러 이 시에 적힌 무한대의 슬픔에 대한 해석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동지를 만난 기분을 느꼈다. 윤동주는 처음부터 영원한 절망을 쓰지 않았다. 그의 초고를 보면 맨 처음에 ‘저희가 슬플 것이오’를 쓴다. 너무 슬픈 것 같아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이오’로 고친다. 하지만 그 말이 참 공허하다. 그래서 ‘저희가 오래 슬플 것이오’로 아프게 고백한다. 그러면 얼마나 오래일까 하는 질문을 떠올린다. 윤동주는 ‘오래’를 지우고 그 자리를 ‘영원히’로 고친다. 늘 슬퍼하는 것이 제 일임을 이제야 느낀다. 미워하지 않고 영원한 슬픔을 절절하게 기록해야 하겠다. 제가 하는 이 슬픈 기록이 피로스 딜란타 폰록을 비롯해 주변 이웃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때 저도 같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4년여 취재한 내용이 너무 많아 정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때마다 도움을 준 선배들이 찬 많다. 또 사진 편집 역시 선배들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도 한겨레21 소중한 지면이 없었다면 보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사진 에디팅과 내용 정리에 도움을 준 제 동생과 여자친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기자 생활은 아직 몇 년밖에 못 했다. 앞으로 더 길고 깊게 취재해 슬픔을 위로하는 기사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


<홍콩 민주화와 인권상황 연속보도>로 조계창 국제보도상을 수상한 권준협 국민일보 기자.

▲<홍콩 민주화와 인권상황 연속보도>로 조계창 국제보도상을 수상한 권준협 국민일보 기자.


<홍콩 민주화와 인권상황 연속보도> 권준협 국민일보 기자 (제8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상을 받는다고 생각했을 때 많은 홍콩 시민들이 떠올랐다. 요즘에도 간혹 홍콩 정치인, 언론인, 그리고 시민들이 저한테 연락을 준다. 한국에서 개봉한 한국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나 ‘1987’을 굉장히 감명 깊게 보고 한국 민주화 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경험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대나 국경을 초월해서 경험을 공유하고 그리고 서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상을 받게 해주신 조계창 선배와 그 가족 분들 그리고 여기 와주신 저희 편집국장, 많은 도움 주신 부장 선배들께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고 그리고 제 대만 친구도 와서 축하해줬는데 특별히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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