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뜨거운 취재..."이게 올림픽이구나!"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기자들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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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식을 전하느라 설 연휴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뛰고 또 뛰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선수들의 훈련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 (연합뉴스)

▲기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식을 전하느라 설 연휴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뛰고 또 뛰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선수들의 훈련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본격 궤도에 오른 지난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 입구.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가 급한 마감 때문에 30분만 약속을 미루자고 전화 너머로 말했다. 무릎까지 덮는 롱패딩을 입고도 잔뜩 움츠린 중년 기자가 잠시 후 나타났다. 그는 얼른 저녁을 먹자고 했다. 경기장에 있다 보면 바나나로 대충 때우거나 굶게 된다. 몇 시간 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간 조별예선도 챙겨야 한다. 동네 피자 가게에서 그는 평소 안 좋아한다는 콜라를 주문했다. 유행 중인 노로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한다며. 1999년부터 쭉 스포츠를 맡아온 26년차 기자는 지난 5일부터 강릉 숙소와 경기장을 오가며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다. 


강릉 씨마크호텔에 마련된 강원미디어센터(GMC)를 찾은 이날 다른 기자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GMC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 들어갈 수 없는 IOC 미등록 언론사 취재 편의를 위해 강원도가 마련한 미디어센터다. 바삐 기사를 쓰고, 어딘가로 통화하는 기자들. 두꺼운 패딩과 털모자, 장갑, 방한화로 완전 무장하고 커다란 백팩을 맨 채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 이날 오후 개막식 난입 인사가 GMC에 무단침입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 정도가 가장 이질적인 일이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내·외신 합쳐 하루 평균 300여명의 기자가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 일정 중 가장 바쁜 기자는 역시 스포츠기자와 사진기자다. 개최지역에 숙소 하나씩을 잡아두고 한 달 가까이 합숙 객지살이 중이다. 특히 대다수 신문사에 사진기자 출입카드가 한 장씩밖에 발급되지 않은 만큼 사진기자들은 ‘내가 안 가면 안 된다’는 부담 속에 강행군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매서운 추위 탓인지 콧물감기에 걸린 박지환 서울신문 사진기자는 “현장에 없으면 끝이니까 늘 그게 긴장이 된다”면서 “주말도 없다. IOC가 설 연휴 우리가 관심가질 만한 경기를 몰아놔서 명절 때도 집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기회를 갖게 된 데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참 큰 경험”이라며 “메달 세리머니에 갈 때마다 뭉클했다. 온 세계인이 모여 다른 나라가 받아도 환호해주고 화합하는데 이게 올림픽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강릉 씨마크호텔에 마련된 강원미디어센터(GMC) 모습.

▲강릉 씨마크호텔에 마련된 강원미디어센터(GMC) 모습.


기자들은 경기장 밖에도 있다. 올림픽은 경기장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준영 한겨레신문 PD는 그 주변부를 훑고 다니며 브이로그(V-log·영상으로 일상 기록)로 올림픽 현장을 기록했다. 위 PD는 “어제 평창 송어축제장에 갔다. 확실히 올림픽 때문에 온 분들이 많았다. 송어는 못 잡았다. 카메라 때문에 손을 내놓고 다녀 아직 손이 좀 저리다”고 했다.


관객 분위기, 지역 각종 행사 등을 챙기고 있는 조재근 SBS기자는 “올림픽 열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당연히 느껴진다. 외국인이 경기를 보러 온다면 내국인은 관광을 겸해 오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다. 특히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올림픽 파크에서 공연을 보거나 음식을 사먹거나 기념품을 사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북한이 참여하며 외신으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스포츠 축제로서는 물론 평화의 모멘텀으로서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싱가포르 24시간 뉴스채널인 채널뉴스아시아 임연숙 서울지국장은 4명의 취재진과 지난 7일부터 올림픽 뉴스를 전하고 있다. 1988년 당시 타 영어신문 초임 기자로 서울 올림픽을 취재했던 그는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과 맞닥뜨렸다.


임 지국장은 “그때는 선수촌에 들어가서 재미난 얘길 찾는 취재를 했고, 지금은 정치기사, 남북문제를 다뤄 비교는 어렵다. 북한이 참여해 관심이 많아진 건 확실하다”며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선수가 출전했다. 계기로 동남아에서 더 많은 선수가 나왔으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지역일간지 기자들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삼 수 끝에 개최한 국제행사에 자부심이 크지만 지역민과의 괴리, 경기장 사후 활용 등을 두고선 신중함이 묻어난다.


원선영 강원일보 기자는 “경기 외 올림픽 관련 주민과 지역 얘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민 입장에선 고가의 표를 사 참여하는 폐쇄 행사에 박탈감도 있다고 본다. 올림픽 이후가 시작이고, 최문순 도지사의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개최도 그런 맥락”이라며 “사후활용을 통해 혜택을 골고루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진 강원도민일보 기자 역시 “외신들마다 호평일색이라 덩달아 고무되지만 대회 후 지역에 무엇이 남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중요한 숙제를 또 하나 받아든 기분”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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