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자였을 뿐 'MB 측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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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것에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촉발한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 발표 현장에 측근 8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김상협 전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최금락 전 홍보수석,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맹형규 전 행정안정부 장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다.

 

이들은 두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거나 뒷짐을 지고 또는 차렷하고 서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향한 검찰 수사를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지켜봤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의 성명서 초안 작업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장소가 청와대가 아닌 삼성동 개인 사무실이라는 것만 다를 뿐, 마치 청와대 기자회견에 배석한 참모들 같았다. 나란히 서서 이 전 대통령의 성명을 경청하는 모습에서 “지키겠습니다” “받들겠습니다”는 무언의 충성 서약이 겹쳐 보였다.

 

마치 병풍처럼 서 있던 측근 8명 중 6명은 기자 출신이다. 최금락 전 홍보수석은 SBS 보도본부장,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조선일보 논설위원, 맹형규 전 장관은 SBS앵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은 SBS미래부장을 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앞두고 참모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자신과 측근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앞두고 참모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의 동석은 자신들이 모셨던 이 전 대통령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또는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주군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리의 발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진실 추구를 업으로 삼았던 기자 출신이라면 사실관계를 직시하는 게 맞지 않을까. 최근 검찰 수사에서 측근들 입을 통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의혹이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의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1997년부터 15년간 보좌한 최측근, 김희중 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최근 검찰에 출석해 “2011년 10월 국정원 특활비를 달러로 바꿔 10만달러 정도를 대통령 부부 관저 직원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이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나 다스 의혹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자신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활비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어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언론인 출신 측근들은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나와 현실과 동 떨어진 ‘정치보복’ 프레임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18일 CBS 라디오에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많은 부분을 덮은 걸로 알고 있다”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번 해볼까요?”라고 했다.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KBS 라디오에 나와 “이명박 정부도 5년 집권했는데, 집권이란 것은 모든 사정기관의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왜 저희들이라고 아는 게 없겠느냐”고 했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는 건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한때 기자였을 뿐, 지금은 이 전 대통령 측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에게 너무 과한 요구를 하는 것일까. 누구라도 의혹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고, 법 앞에 전직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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