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반복되는 소방관 평균수명 통계 엉터리 인용

'퇴직 후 사망한 소망공무원 평균나이'와 '평균수명' 혼동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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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이 통계를 잘못 읽고 인용하는 사례가 반복돼 개선이 요구된다.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다룬 보도에 해당 직군의 평균수명이 일반 국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언급이 계속 등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어서다.


지난해 연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 후 조선일보는 <그 참상, 그 목소리, 계속 맴돌아…자살하는 소방관, 순직의 2배>(지난달 30일)라는 보도를 내놨다. 기사 부제에 “소방관 평균수명 69세”라고 적시했고, 본문에는 “한국인 평균수명은 83세”라고 적었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27일 <우리 곁의 ’진정한 영웅들‘> 칼럼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1세인데, 소방대원들의 평균수명은 59세”라고 전했다.


포털 네이버에서 '소방관 평균수명' 등으로 검색한 결과.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별도로 이는 통계의 잘못된 사용에 해당한다. 이들 보도가 인용한 자료는 '퇴직 후 사망한 소방공무원의 평균나이'를 계산한 결과이고, 이는 '평균수명'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포털 네이버에서 '소방관 평균수명' 등으로 검색한 결과.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별도로 이는 통계의 잘못된 사용에 해당한다. 이들 보도가 인용한 자료는 '퇴직 후 사망한 소방공무원의 평균나이'를 계산한 결과이고, 이는 '평균수명'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소방의날‘이나 ’강릉 석란정 화재‘를 전후해 나온 종합일간지, 지상파, 종편, 통신사 보도에서도 ’69세‘, ’58.8세‘, ’58.9세‘, ’58세‘, ’59.8세‘ 등 여러 수치의 소방관 평균수명이 등장했다. 이런 류의 보도는 부지기수다. 포털 네이버에서 ’소방관 평균수명‘ 등으로 검색해보면 열악한 환경 탓에 이들의 평균수명이 일반 국민과 타 공무원 직군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보도는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방공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은 시급한 문제지만 이 보도들은 평균수명 개념을 잘못 해석해 인용한 만큼 활용 시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실제 이 수치들이 해당 직군의 평균수명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선 보도는 모두 공무원연금공단 '연도별 퇴직연금 수급자 직종별 평균 사망연령' 자료 등을 원출처로 한다. 예컨대 소방관 평균수명 ‘59.8세’는 공무원연금공단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퇴직 후 사망한 소방공무원의 평균 나이를 계산한 결과다. 보도별 평균수명 수치 차이는 조사기간 차에서 기인하고 여기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 수치는 ‘특정 기간 동안 사망한 소방공무원의 평균나이’이지 ‘평균수명’을 뜻하지 않는다. 만일 100명의 퇴직 소방공무원 중 10명이 평균 59.8세에 사망했다 해도 나머지 90명이 그보다 오래 살아 있다면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보다 높아진다. 현재 언론은 10명의 사망 평균 나이를 평균수명으로 보고 인용하는 셈이다. 같은 기준으로 산출된 타 공무원 직군 등과의 비교 자료는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을 드러내는 지표로서 의미 있지만 여기에 ‘사망률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신생아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를 뜻하는 용어 ‘평균수명’을 쓰는 것 역시 무리다.


그렇다면 실제 소방공무원들의 평균수명은 몇 살일까. 전국 소방공무원들의 인권상황실태 조사를 진행했던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지난해 4월 기고와 최근 책에서 “한국인 평균수명과 비슷할 것으로 짐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방공무원이 되려면 만 20살이 넘어야 하기 때문에 평균수명 계산 역시 20살부터 시작한다는 점, 또래보다 건강해야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했다면 더 오래 살겠지만 유해인자에 노출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는 지난 8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소방관 평균수명을 묻는 질문에 “여러 팩트를 고려해야하고 계산은 할 수 있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보통 직군별로 계산하진 않는다”며 “언론보도에서 소방관 평균수명은 완전히 잘못됐다. 꼭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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