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밤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챙겨놓고 잠들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이 이 땅의 기자들이다. 온갖 군데서 걸려오는 전화에다 챙겨야 할 오지랖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 이 직업을 가진 이들이 습관적으로 날리는 말이 “나 바빠”이다.
그러나 13일 아침은 정말 조금만 짬을 내어 주민증과 도장을 챙겨든 채 ‘민주주의의 학교’에 들러보자.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과 함께 줄을 서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당신의 어깨는 뿌듯함으로 가득찰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대한민국 기자들은 다른 이들의 눈에 그렇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치지 않고 있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사람, 힘있는 이들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고 ‘작은 것’에 소홀히 하는 사람, 글로는 고담준론을 늘어놓지만 막상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면 흐지부지한 사람들이라는 식이다.
무슨 게이트마다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는 것도 대한민국 기자들이고 기업에 부탁해 공짜 해외여행 다녀오는 사람 정도로 취급받는 일을 자초하는 기자들도 있다. 또 명절을 앞두고 비행기표나 기차표 구해주는 사람, 명절 선물 꾸러미를 받아 챙기는 특별한 사람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돌아볼 일이다.
이런 일반의 인식이 두려워서 꼭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들, 바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민주주의 절차를 생략하고 뛰어넘는 법을 평소에 배우고 익혔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번 없애보자는 것이다.
기자들이 내 집, 우리 동네에 유별나게 무관심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권 등 크나큰 국가 대사에 우국충정이 일어서일까 기자들은 우리 동네 소소한 일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물어보아도 집에 송달된 투표 관련 공문을 뜯어보았다는 기자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가뜩이나 이번 선거는 월드컵이다, 쟁점이 없다는 등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이런 때 우리 기자들이 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여러 신문들이 1면에 ‘투표하고 축구봅시다’라는 기둥 제목을 넣어 편집하고 있다. 말에만 그칠 일은 아니다.
누가 보아서가 아니고 내 아이의 눈망울에 담긴 민주주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키워내고 담아내기 위해 ‘한 표’를 꼭 행사해야 한다.
내일 집을 나서는 당신에게 소중한 자녀들이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할 때 “그래,투표하고 잘 갔다올게”라고 한번 대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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