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를 둘러싼 언론 보도의 편차가 심하다. 사안별로 시각이 엇갈리거나 어느 한쪽에 대한 비판이 다른 한측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고질적으로 고개를 드는 특정후보 편들기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안별 시각차 뚜렷
최근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깽판’ 발언이나 조선일보에 대한 공세 발언과 관련 신문사들의 보도태도는 대별됐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노 후보의 ‘거친 말’ ‘막말’에 무게를 둔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조선일보를 향한 포문’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각각 ‘노무현 후보의 ‘부적절한 말’’ ‘노 후보의 ‘깽판’ 발언’ ‘언론공격이 선거전략인가’ 등의 사설을 통해서도 노 후보 발언을 비판했다.
지난달 1일자 신문에 보도된 노 후보와 YS 회동 기사 역시 편차가 드러나긴 마찬가지였다. 경향신문 대한매일 한겨레 등은 ‘민주·개혁연합 공감’ ‘민주화세력 대통합 공감’ 등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반해 동아일보는 ‘영남표 쟁탈 노린 신지역주의’로 규정했다.
노 후보의 정계개편 관련 사설에서 경향신문 대한매일 한겨레 등은 3김 청산, 신지역주의 배제 등 전제조건들을 강조했다.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등은 “낡은 지역정서를 부추기는 정략으로, 노 후보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지난달 16일 함석재 의원의 자민련 탈당을 각 신문들은 주요하게 보도했으나 사설의 경우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이른바 ‘역(逆)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민주개혁연합에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라며 반발한 점을 들어 “한나라당의 태도를 예의 주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송재빈 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측에 20만달러를 건네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강조점은 달랐다. 경향신문 대한매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이 후보의 20만달러 수수 의혹이 다시 불거졌음을 강조한 반면 동아일보(검찰 미확인 진술 공개 논란) 조선일보(검찰, 송재빈 진술 이례적 공개) 등은 발언 공개 경위에 주목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관련 사설에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피의자가 들었다는 전언을 공개한 것은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제목 통한 편파 지적도
제목을 통한 편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연구실은 관훈클럽 토론회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기사제목을 거론했다. 민실위는 노 후보에 부정적인 제목으로 ‘주한미군 ‘통일 후 주둔’으로 입장 바꿔’ ‘DJ 3단계 통일론 다 못외워’(조선일보) ‘사상문제 묻자 짜증’(동아일보 세계일보) 등을 들었다. 이회창 후보에 부정적인 제목으로는 ‘‘국민 동의 한해 짚어보자는 뜻’ 해명’(한겨레) ‘6·15선언 2항폐기 주장 “오만하게 비칠라” 번복’(경향신문) 등을 들었다. 이밖에 지난달 23일 민주당 워크숍 보도에서도 관련 기사에서 한국일보 한겨레는 ‘비리청산 특단대책 세우라’ ‘DJ와 절연…후보지원 강화를’ 등 방안 중심의 제목을 단 반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요즘처럼 부끄러운 적 없었다’ ‘억장이 무너진다’ 등으로 보도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김상철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