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위원장' 호칭에 이효성 방통위원장 "받아들일 수 없어"

[2017 방통위 국감] "한국당 '적폐위원장' 호칭 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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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KBS와 MBC 총파업 가운데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영방송사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적사용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자료제출 요구’ 제안이 나왔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부하고 나섰다.

종합적으로 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촉구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를 ‘방송장악’으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모양새의 국정감사였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 오후 국감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질의하니까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확보가 됐냐를 가지고 문제 삼는데 방법은 아주 심플하다. 국회의 권능을 활용하면 된다. 방송문화진흥회가 방통위가 검사 감독권을 행사해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니까 안 주고 있는데, 국회는 안 내놓을 도리가 없지 않나. 간단하게 가자, KBS와 MBC 현재 이사진들이 임기 내 사용한 업무추진비, 신용카드 사용내역, 속기록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가 국민들의 의혹이나 공정방송 환경조성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하는 게 당연하다.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데 원칙적으로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지금 국회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지 잘못하면 방통위의 불법적 행태에 대해 국회가 2중대 노릇을 하는 어이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에 극히 신중해야한다는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는 최근 강규형 KBS이사가 법인카드를 애견카페나 ‘도그쇼’ 뒤풀이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MBC 대주주인 방문진이 방통위의 검사감독 자료제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공영방송사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언론장악’을 위해 공영방송 이사와 이사회 등을 압박하는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또 당초 제기된 의혹이, 주장일 뿐이라며 카드 사용내역이 어떻게 유출됐는지를 문제 삼았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 오후 국감에서 박대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강규형 KBS이사의 법인카드 사용을 언급하며 “방송프로그램을 간섭하라는 게 아니라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이사들이 이런 식으로 사용했다는 게 용인 돼야 하는 문제다.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KBS이사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 어떤 용도로 사용돼야 하나. 이사업무에 관련된 지급이어야 하지 않나.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 알아서 사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냥 두면 안된다. 방통위는 감사원에 감사신청을 하든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 그냥 둘 문제가 아니다. 부끄러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업무추진비 용도에 대해 “이사로서 KBS 공영성과 관련된 업무와 연관해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식적으론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규형 KBS이사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견강부회식의 허무맹랑한 주장 뿐이라는 걸 분명히 한다. 강 이사는 입장문을 내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공금으로 애완견을 구입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무책임한 주장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며 “방송통신위원장은 사실관계만 분명히 하면 된다.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부적절하다. KBS이사들의 신용카드 사용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이기 때문에 감시감독을 해달라”고 했다.

여당 간사인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전 국감 말미에 이에 대해 “이사 카드 사용내역 부분은 지금 현재 논란이 되고, 방문진이 제출을 방통위에 대해 거부하고 있으니 그걸 타개하기 위해 박홍근 의원이 (국회 차원의 자료요구를) 말한 것”이라며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위원 3분의 1이면 자료요구가 가능하게 돼 있다. 어떻게든 할 수는 있는 거지만 가급적이면 (자유한국당도) 합의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사가 판공비를 어떻게 쓰는지는 ‘언론자유’하고 전혀 상관없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방통위의 방문진 자료제출 요구를 비롯한 ‘공영방송 정상화’ 움직임을 ‘방송장악’으로 규정하고 국감에 임했다. 특히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적폐위원장’, ‘위원장이라고 하는 분’ 등으로 지칭하며 자격을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노트북에 '이효성은 사퇴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인 채로 질의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국감에 참여한 정부기관장에 대한 예의 문제를 두고 여야가 국감 내내 논쟁이 불거졌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시청자미디어재단 오후 국감에서 신경민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의시작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국감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제시한 인사원칙 한 개라고 부합해야 하는데 지금 나와계신 분은 아니고 하나도 아니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분이 수장이라고 앉아있는 현실이 경악스럽다”며 “모든 질의에 ‘적폐위원장’이라고 명명해 부르겠다”고 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임명이 강행된 이후에도 각종 방송장악을 위한 불법월권적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방문진에 대한 무더기 자료요구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고 월권이다. 민법에 있는 아주 원칙적인 조항을 근거로 하는데, 방통위 설치법에선 근거를 찾지 못하다 보니 멀리 있는 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무리하게 요구하는 거다. 위원장이란 자격으로 이 자리에 출석해서 증인선서를하고 인사말하는 데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부위원장이 대신할 걸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자진사퇴를 요구한다”고 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태 의원 발언 직후 “법적절차를 거쳐 임명된 분이다. 자유한국당에서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뜻도 잘 알지만 적폐위원장이란 표현은 귀에 거슬리고 적절치 않은 거 같다. 위원회 전체 품위를 위해 드리는 말”이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이 오후 국감에서 ‘위원장이라고 하는 분’이라고 지칭해 설전이 오갔을 때는 “지금 우리 위원회가 이효성 방통위원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거 맞지 않나. 아까도 적폐위원장으로 설왕설래했는데 ‘위원장이라고 하는 분’이라고 얘기하는 건 정말 용렬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등 모든 걸 관장하는 위원장이 되려 방송장악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느껴져서야 되겠냐”며 이 위원장이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명예회원으로 가입한 것,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와 피해를 다룬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한 것 등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경민 KBS이사 사퇴 등과 관련해 “노조가 야당 추천 이사의 직장에 수시로 가 시위를 벌이는 등 사퇴압박을 벌여왔다. 인격모독 표현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있을 수 없는 폭력이 백주대낮에 자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금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언론을 장악한다는 전제 하에 공격하고 있는데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있나. 19대 때 방송공정성 특위를 하면서 언론의 공정성, 독립성 등이 문제가 되니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를 하자고 주장했는데 무력화시킨 게 어느 당이었나”라고 지적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5가지를 달성한 그랜드슬램, 적폐위원장이라고 그러시는 데 일방적인 주장이고 증명된 건 하나도 없다. 저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제가 방송사 장악하려고 온 사람처럼 말씀하시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동안 KBS와 MBC 우리나라 방송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특히 파업이 일어나고 MBC에서 부당노동행위도 있었고 멀쩡하게 시청률 높았을 때 잘하던 사람을 스케이트장에 보내는 일이 발생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려고 검사감독권을 가진 방문진에, 대체 어떻게 관리감독을 했길래 그런 건가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경민 KBS이사, 유의선 방문진 이사 사퇴와 관련 “공개적으로 할 건 아니지만 자기들이 살려고 굉장히 이기적이고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결정을 한 거지 반성한 것도 아닌데 (자유한국당은) 자꾸 (노조가 겁박해서 사퇴했다는 )얘기를 한다”며 “방송사 전체에서 벌어진 장기적이고 테러에 가깝고 린치고,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해서 우리가 눈을 돌려서 제발 방송법을 고치고 정권으로부터 손을 떠난 공정한 공영방송을 만드는 게 맞다고 본다. 이거 가지고 자꾸 얘기하며 뒤에 서는 건 공범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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