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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는 내돈? 일그러진 공영방송 이사진

이사업무 팽개치고 법인카드 펑펑
애견비용 결제·관용차 사적 사용
4000~8000만원 수당 자격 의문

최승영 기자2017.10.11 14:23:36

공영방송사 이사들이 법인카드와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상임 이사직 수행을 근거로 받는 연 4000~8000만원의 수당에 대한 이들의 방만한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 ‘언론장악 방지법’을 현 계류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 가운데 이사 처우를 포함한 이사회 구조 완전개편 주장까지 포함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지대 교수인 강규형 KBS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KBS 11명 이사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노조가 전수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 이사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4차례에 걸쳐 자택 인근 애견놀이터 등을 방문, 약 37만원을 결제했다. 이사직 수행으로 받는 업무추진비, 즉 KBS 법인카드를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는 애견카페, ‘도그쇼’ 뒤풀이, 주말·공휴일 자택 인근 백화점, 공항 면세점, 해외시찰 중 공연, 야구경기 관람, 공공기관 결제요금 등으로 모두 530여만원을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KBS에선 이인호 이사장이 관용차를 500여차례에 걸쳐 사적용도로 이용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노조가 공개한 관용차 이용 사례에는 ‘아산서원 입학·졸업·종업식’, ‘정몽구 현대차 회장 외손자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차녀의 결혼식 참석’, ‘김달진미술연구소 개최 행사 참여’ 등 일정이 포함됐다. MBC에선 지난 2014년 김재우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논문표절 논란 속에 사퇴의사를 밝힌 직후 백화점에서 법인카드로 200만원어치 상품권 결제를 해 ‘횡령’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법인카드 사적사용 의혹제기는 공영방송사 최고 의사결정기구 내 인사들에게 부여되는 처우, 즉 공적재원의 무분별한 지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그간 이사들의 개인 비위 의혹이 터질 때마다 이사나 사측이 보인 인식은 ‘공영방송 이사가 하는 모든 일이 공적인 일’이라는 데 가까웠다. 이인호 이사장은 관용차 논란 당시 “어떤 사람을 만나 그게 KBS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라고 해명했고, 강규형 이사 역시 “다양한 분야 사람을 만나 여론을 듣는 것도 이사 업무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견카페와 백화점, 공항 지출 등에 대해 “철저히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이용한 것”이라고도 했다.


별개로 공영방송사 이사들이 현재 수준의 처우를 받을만한 역할을 했는지 근원적인 의문도 따른다. 기자협회보가 공영방송 3사 이사회와 노조 등에 문의해 종합한 결과 상근인 방문진 이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비상임 공영방송 이사(장)들이 받는 처우는 연간 4000만원에서 8000만원대까지다. 공영방송사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외압 등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잘 했는지는 여러 지표에 답이 나와 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여전히 파업 중이다.


현 공영방송 문제를 개선할 근원적인 방안으로 꼽혀 온 ‘언론장악 방지법’을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 속에 이사회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2일 언론노조와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선 공영방송사 이사 수를 현재 계류된 법안의 ‘13명’이 아닌 ‘50명’ 이상으로 늘리자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ZDF의 사례를 들어, 보다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60명 이사 중 3분의 1만이 정치인이고 나머지는 법이 정한 이익단체의 추천으로 채워 사회적 대표성을 보장하는 식이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이사를 돈으로 길들이는 방식이 아니고 명예직 개념이다. 우리나라 공영방송 이사회 운영 비용이면 적어도 50~100명의 이사는 운영할 수 있다. 예산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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