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스마트폰 혁신경쟁 다시 보기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언론학 박사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매년 가을마다 스마트폰 전쟁이 벌어진다. 스마트폰 시장 양대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연이어 최신폰을 내놓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과 애플은 각각 갤럭시 노트8과 아이폰X를 내놨다. 특히 아이폰X는 출시 10주년 기념폰이란 의미까지 담고 있다.


이맘때면 늘 ‘혁신’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주로 “혁신이 없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요즘 스마트폰에선 ‘깜짝 놀랄 혁신’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갤럭시 노트8과 아이폰X도 마찬가지다. 듀얼 카메라, 얼굴인식, 무선 충전 같은 요소들이 추가됐지만 패러다임을 확 바꿀 정도는 아니다. 혁신이 없단 얘기가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10년 전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소개할 땐 엄청났다. 물리적인 키보드가 없는 말끔한 화면부터 터치스크린 방식 이용자 인터페이스(UI)까지 모든 것들이 새로웠다. 스티브 잡스는 “손가락이 있는데 왜 펜을 사용하느냐?”면서 그 무렵 유통되는 다른 스마트폰들을 조롱했다. 그 모든 것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2007년 잡스가 처음 선보였던 오리지널 아이폰을 혁신적으로 받아들였던 건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들에선 왜 혁신을 찾아보기 힘든 걸까? 이 질문에 대해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잡스 사망=혁신 실종’이란 단순한 등식을 들이대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발 더 나가면, 잡스가 모든 스마트폰 혁신을 다해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미국 프로야구에선 혁신 대신 4할 타자를 놓고 비슷한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로 4할 타자를 볼 수 없게 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각종 이론이 동원됐다. 어떤 사람들은 예전의 슈퍼 스타들에 비해 요즘 타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했다. 투수들의 분업화로 인해 그 때만큼 뛰어난 성적을 내기 힘들단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해석은 ‘타자들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이었다. 그래서 경쟁자들을 압도하기 힘들어졌단 분석이 정설로 굳어졌다. 야구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굴드의 가설’이다.


난 이런 가설을 스마트폰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혁신이 사라진 건, 스마트폰 시장의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깜짝 놀랄 스마트폰 혁신을 찾는 건,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나 30승 투수를 기대하는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올 가을 공개된 최신 스마트폰을 한번 살펴보자. 갤럭시 노트8과 아이폰X 모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갤럭시 노트8은 홍채, 지문, 얼굴인식 등 모든 생채인식 기능이 있다. 아이폰X는 한 단계 진화된 얼굴인식 기능이 적용됐다. 무선 충전과 결제 기능 역시 눈에 띈다. 아이폰X에 탑재된 A11칩은 인공지능(AI) 기능까지 갖고 있다. 10년 전 스티브 잡스가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시장 수준은 엄청나게 향상됐다. 적어도 성능만 놓고 보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독주를 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평준화됐다. 스마트폰 혁신 경쟁을 이야기할 땐 이런 시장 변화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제 깜짝 놀랄 혁신은 프로야구 원년 일본과 미국 야구에서 활약하던 백인천과 박철순이 외계인급 성적을 낸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그런 관점을 바탕에 깔고 스마트폰 시장을 다시 들여다보라. 삼성과 애플의 주도권 경쟁이 훨씬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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