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 회장, 기자 불러 4대강 사업 취재 말라"

SBS노조 방송사유화 진상조사 특위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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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자 SBS 노보 캡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방송 사유화 진상 조사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권력에 장악돼 공영방송 기능이 망가진 KBS와 MBC 못지않게 SBS도 대주주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내보내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무너뜨렸다는 취지에서다.


SBS 노조는 지난 22일 윤창현 본부장 직권으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5일 첫 회의를 가졌다. 윤 본부장은 “지난 5월부터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방송 독립성과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무너뜨린 방송 사유화 사례들에 대한 기초 조사 작업을 벌여왔다”며 “의미 있는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고 이를 노보를 통해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9일 노조가 공개한 박수택 선임기자의 이야기는 그 첫 번째 사례다. 노조에 따르면 환경전문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비던 박수택 기자는 지난 2009년 6월 회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윤세영 회장이 급히 찾으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빨리 회사로 들어오라’는 호출을 받는다. 박 기자는 윤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40여분 간에 걸쳐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취재보도를 하지 말라는 압력성 발언을 들었다.


박 기자가 취재수첩에 기록한 메모에 따르면 윤 회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해 “문화 역사, 역사성을 창조하는 것” “(4대강에) 배가 들어와서 나쁠 게 뭐 있으며, 보를 만들면 뭐가 나쁜가” “(보도할 때) 진정성, 객관성, 비판 기능은 당연한 것이나, 역사성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등의 얘기를 했다.


▲박수택 SBS 선임기자가 2009년 6월 윤세영 회장과의 독대 당시 취재수첩에 기록한 메모.

노조에 따르면 대주주가 보도담당 임원이나 책임 간부도 아닌 특정 분야의 취재기자를 직접 호출해 압박하는 것은 보도준칙과 편성규약, 나아가 방송법 위반이다. 더 큰 문제는 윤 회장이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4개월 뒤 직접 4대강 공사에 참여한 점이다. 노조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협조로 건설업체들의 관급공사 수주 내역을 확보해 살펴본 결과, 태영건설이 2009년 10월 낙동강 22공구 달성-고령 지구를 시작으로 모두 5곳에서 4대강 관련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또 박수택 기자가 4대강 아류인 경인운하 비판 기사 등을 지속적으로 발제하자 박 기자를 논설위원실로 발령 내고 4대강 사업을 비판적으로 취재하던 또 다른 기자도 내근부서로 발령 내 사실상 4대강 취재팀을 해체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기자는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12월 말 인사에서 동기생들과 달리 부국장 승진도 누락됐다”며 “2010년 1월 초 인사팀 실무 책임자에게 경위를 묻자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충성도가 중요하다, 처신 문제다, 회사의 정책을 이해하고 사장 본부장 운영 방침에 잘 따라주고’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박수택 기자 사례는 ‘잽’에 불과하다”며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 갈 생각이다. 방송 사유화를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BS 사측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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