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경제지에 구애하는 서울신문

중흥건설 '이코노미서울' MOU
3년간 인쇄·판매대행 등 맡기로
"비대칭 계약" 비판·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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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이 사내 반발에도 중흥건설이 창간을 추진하는 경제지 ‘이코노미서울’과 제휴를 확정하고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사내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고, 계약 조건이 중흥건설에 유리한 내용이라서 제휴 사업 추진 배경을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신문은 중흥건설이 오는 10월 말 창간하는 ‘이코노미서울’과 MOU를 맺고 인쇄·발송 대행, 콘텐츠 제휴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7일부터 프레스센터 9층 자사 경영기획실 자리에 해당 경제지 사무실 입주를 위한 공사를 시작한다. 중흥건설의 경제지 창간 초기 자본금은 50억원으로, 서울신문은 이 가운데 5억원을 투자해 지분 일부를 소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과 광주광역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흥건설은 자산 7조원이 넘는 재계 서열 40위 기업이다. 지난 5월 광주지역 일간지 남도일보를 인수한 바 있다. 과거 서울경제신문 인수를 타진한 적도 있었다. 중흥건설은 새 경제지 창간과 함께 중흥미디어그룹을 설립해 두 언론사를 경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중흥건설이 창간하는 경제지 ‘이코노미서울’과 3년 계약을 맺고 인쇄·판매 대행 등을 맡을 예정이다. 서울신문은 콘텐츠 제휴, 사무실 임대 등으로 연간 20억원 수입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선 ‘비대칭 계약’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지 창간을 준비하던 중흥건설은 서울신문에 콘텐츠 제휴 혹은 공동 창간을 제안했고 서울신문이 제휴로 방향을 잡아 논의가 시작됐다. 서울신문은 3년간의 계약으로 신문 5만~10만부 인쇄·발송과 판매 대행, 사무실 임대료, 콘텐츠 제휴 비용 등 연간 20억원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익성에서만 접근한다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비대칭적 계약이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생 매체가 언론 시장에서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새로 생겨난 지면 기반의 신문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흥건설이 창간하는 경제지는 한국 언론의 상징과 같은 프레스센터에 입주한다는 이점과 서울신문이란 브랜드를 등에 업고 연착륙할 수 있다. 서울신문이 얻는 수익에 비해 새 경제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서울신문 한 기자는 지난 6일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일부 국실에서는 (계약 체결로) 안정적인 수입이 발생하고 그만큼 고용의 안정성도 기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손해 보는 것은 없지 않으냐고 말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회사 차원 이익에서 엄청난 비대칭, 불균형을 이루는 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국실이 독립채산제가 아니라면 구성원들은 궁극적으로 회사 전체 차원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서울신문 기자는 “프레스센터에 사무실이 있고 서울신문과 제휴하는 매체라고 광고주에 어필한다면 우리 몫이 그쪽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서울신문의 영향력을 악용할 우려도 있다. 회사가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밝힌 게 없어 논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노조가 경제지 관련 소문에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6일 오후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김 사장은 이코노미서울 제휴가 서울신문-스포츠서울·서울신문STV 관계와 비슷하다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사장은 “예측 못한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면 백억 이상이 생기더라도 (계약을) 안 하는 게 맞다”면서도 계약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 노조 관계자는 “이번 경제지 제휴는 사업 내용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내 공론화 과정도 부실해 절차적 정당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며 “그런데도 사장이 사업을 강행한다면 노조로서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향후 대응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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