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벗어나고 싶지만 갈수록 빠져드는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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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대표 나서 개편안 발표
모바일 뉴스판 6개 영역 재편
언론사에 뉴스 광고 수익 배분

페북 등 경쟁 플랫폼 대응
모바일 이용자에 공세 전환
검색시장 독점 지적도 영향

수익배분 기대에 못 미치고
인링크 고수 언론계는 불만
네이버 종속 더 커질 것 우려



“네이버는 기자와 사용자를 직접 만나도록 하는 서포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5일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2017’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500여명의 기자들과 만나 기자와 사용자 중심의 뉴스시스템 개편안을 발표했다. 언론사와 외부 전문가들의 편집권을 확대하고, 알고리즘과 사용자 피드백, 추천 등이 반영된 기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0억원 규모의 광고수익과 기부펀드를 조성해 언론사에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업계에서는 한 대표가 취임 초부터 뉴스서비스 개편에 관심을 보여온 데다, 경쟁사인 페이스북의 뉴스 시장이 성장세를 거듭하자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달 27일 유럽연합이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관련해 과징금을 추징했는데, 이와 관련한 불똥이 네이버까지 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몇 년 간 ‘검색 시장 독과점’ 문제로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언론이 수차례 보도한 이후 사내에서는 ‘뉴스서비스 관련 이슈가 터지기 전에 미리 논리적인 대비책을 마련해놓자’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고 했다.

네이버 뉴스 어떻게 바뀌나
개편되는 네이버 모바일‘뉴스판’은 △네이버의 직접 기사 배열 △언론사 직접 편집 △AiRS(인공지능 추천시스템) 추천 △사용자 구독뉴스 △이 기사를 메인으로 추천 △사용자 랭킹 뉴스 등 총 6개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각 영역별 위치를 사용자가 결정하는 MY판 서비스도 강화된다. 한 대표는 “그동안 ‘왜 이런뉴스를 메인뉴스를 올렸나’ ‘이런 뉴스를 올리면 좋겠다’ 등의 사용자 의견이 많아,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용자 피드백과 추천 영역 페이지를 새로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5일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2017’에서 뉴스서비스 개편안을 공개했다. 네이버의 편집권을 최소화하고 기자와 사용자 중심으로 뉴스시스템을 손질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사용자와 언론사를 직접 연결하는 ‘기자 페이지’ 확대 계획도 주목을 받았다. 개별 기자의 뉴스를 몇 명이 구독하는지, ‘응원해요’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의 데이터가 편집에 반영된다. 또 기자상 수상 내역, SNS 계정 등도 노출되도록 하고 기자 사진과 자기소개 등도 눈에 띄도록 디자인을 바꿨다. YTN의 한 기자는 “기자 페이지가 성장할수록 자발적으로 더 좋은 기사를 내놓으려는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더 좋은 기사를 보려는 사용자들도 늘어나게 되면서 네이버로서는 ‘꿩먹고 알먹고’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사용자의 미디어 구독을 후원하는 100억원 규모의 ‘구독펀드’와 뉴스 본문 내 광고수익의 70%를 언론사에 배분하는 ‘플러스(PLUS·Press-Linked User Support) 프로그램’도 공개됐다. 구독펀드 모델은 네이버 내에서 발생한 구독료를 대신 내주는 방식이고, 광고수익 모델은 ‘SNU 팩트체크 기금’과 같이 실험 예산으로 활용되는 30%를 제외한 나머지 기금을 언론사에 돌려주는 방안이다. 그간 언론사에 지불해온 뉴스 정보 제공료(전재료) 외에 추가 수익 모델을 제안함으로써 ‘헐값 뉴스’ 논쟁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편집권은 환영, 수익모델 논란은 여전
언론계에서는 네이버가 편집권에서 최대한 손을 떼려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언론사에 실질적인 편집권을 주는 등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제대로 실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특정 언론사 기사 노출’ 등의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자 페이지 개편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이다. 사용자와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점, 기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수익 배분 면에서도 사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언론과 상생을 도모했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 사이에서는 수익 배분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재료 인상을 요구하는 언론사들의 입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회유책이라는 지적이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 담당 이사는 행사장에서 ‘신문협회 보고서를 보면 네이버가 언론사에 줘야하는 전재료가 현재의 10배 수준인 3500억원은 돼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보고서에서는) 체류 시간의 40%가 뉴스 소비라고 가정했는데, 네이버 앱에서 뉴스 체류 시간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 한 자리수 퍼센트”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단순히 뉴스체류 시간을 뉴스 페이지 내로 한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여전히 인링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현재 네이버의 모바일 앱을 통해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페이지 안에 남도록 돼 있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시절 연성화 뉴스로 도배돼 사용자 이탈이 극심했다”는 이유를 들며 인링크의 필요성을 재차 주장하고 있지만, 언론계에서는 “애써 기사 써서 네이버 좋은 일 시킨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아웃링크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네이버는 가만히 앉아서 언론이 가져온 콘텐츠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의존 버려야…자구책 고심
네이버에 뉴스 유통을 의존하는 언론사들의 행태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광고 수익 모델에 군침을 보이는 언론사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콘텐츠 제휴 심사를 앞두고 네이버 시장에 몰려드는 언론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호철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4일 “네이버가 기자와 독자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면서도 “기자 개개인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금도 ‘네이버에 기사가 나가느냐 않느냐’를 놓고 목숨을 거는 인터넷 언론사와 기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네이버 의존도가 더 심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는 구독 펀드의 수익을 언론사에 줄지, 기자 개인에게 줄지 고심하고 있다. 만약 기자에게 수익이 돌아갈 경우 개개인의 기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오피니언 저널리즘’ 시대의 개막이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개편안의 경우 일시적인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지,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 없다. 언론사가 기사를 제공해 돈을 벌 수 있는 창구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만 치중돼있기 때문에 전재료 모델도 한계가 있다”며 “언론사들이 자사 이기주의만 앞세울 게 아니라 네이버 종속을 막기 위한 자구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오대석 전자신문 기자도 “트래픽을 통한 온라인 광고비는 사실 크지 않다. 아웃링크로 바뀐다고 해도 충분한 수익모델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언론사들이 디지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 기회를 모색해야 할 필요는 여전하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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