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바파파를 알게 됐다. 5살이 된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큰마음 먹고 50권이 넘는 바바파파 전집을 구입했다. 아이를 위해 산 책이지만 한두 권씩 읽어갈수록 나도 바바파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와 함께 바바파파 책을 읽은 것 같다. 하루에 한 권이라도 읽지 않으면 가슴 한편이 허전할 정도다. 왜 이렇게 내가 빠져들었을까 생각해보니 달콤한 그림 속에 아무렇지 않은 듯 숨어있는 심오함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성 평등 관점 등 간단치 않은 사회적 이슈 때문에 나는 매일 밤 감동을 받는다.
예를 들어 바바파파의 남자 아이들이 ‘남자 일’과 ‘여자 일’을 나누자고 한다. 그러자 여자아이들이 반대하며 남자아이들과 일을 바꾼다. 여자아이들은 못질, 기계 수리를 하고 남자아이들은 요리, 바느질을 한다. 처음에는 서툴러 실수가 남발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일에 익숙해지고 서로 돕는다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무릎을 탁 쳤다. 서로 잘 못한다고 상대를 비방할 것도 싸울 것도 아니며, 익숙해지며 서로 도와나가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는 결말에서 감동을 받았다. 가사를 두고 남편과 옥신각신했던 예전의 일도 떠올랐다.
어린 시절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아빠는 거실에 앉아 신문을 보는 내용의 동화책만 줄곧 읽어 와서 그런지 최신 동화책의 변화에 나는 설렘을 느꼈다. 최소한 이런 책을 읽고 자란 나의 아이들은 성 평등 관점에서 나보다는 나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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