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폭행이 일상…'지옥같은' 대안학교

제32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JTBC 부산총국 배승주 기자

▲JTBC 부산총국 배승주 기자

“나중에 커서 경찰이 돼 학교를 찾아가려고 했어요. 거기 갇힌 아이들 모두 구해내고 어른들 벌하려고요.”
취재 중에 만난 한 졸업생의 한 맺힌 절규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외출에 인터넷, 전화도 못하지요. 선생님들 눈 밖에 나면 그럼 완전 그 안에 갇히게 되겠죠. 미쳐버립니다.” 학교는 넘지 못할 마치 큰 산과 같았고 그 속에서 그저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선생님과 비슷한 눈매를 가진 남자를 보면 지금도 무서워서 피하게 돼요.” 일상처럼 반복된 폭행과 성추행은 학교를 떠난 뒤에도 트라우마로 남아 여전히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던 겁니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학부모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이미 지난 일 들추지 말라며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체벌동의서에 서명하고 아이가 탈출하거나 전학시켜달라고 하면 인내심이 부족하다며 나무라기까지 한 부모들은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보도 이후 학교장을 포함해 2명이 구속됐습니다. 교사와 교직원들도 줄줄이 형사 처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재학생 부모들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겠다고 합니다. 학기 중에 전학을 가면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으니 여기서 졸업시켜달라는 겁니다.


결국 교육당국에선 당장 폐교 절차를 밟지도 못하게 됐는데 이게 나쁜 선례가 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일의 시발점은 어디였을까? 라는 고민을 하다 보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실타래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생각에 여전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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