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기 기자들 "우리는 비겁했습니다"

선배들에게 '회사 정상화' 동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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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뉴스에서 사주의 편집권 침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지난해 입사한 포커스뉴스 2기 기자 11명은 14일 호소문을 내고 "포커스뉴스는 사주의 도구도, 사주를 위한 방패도 아니다. 더 이상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 한다"며 "포커스뉴스 정상화를 위한 행동에 동참한다. 뜻있는 선배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포커스뉴스 기자들은 "대선 국면에서 유승민·심상정 후보 취재와 기사작성 배제, 문재인 대통령 주변 인사 관련 101개 기사 삭제 등이 벌어졌다"며 모기업인 솔본그룹 홍기태 회장의 편집권 침해 중단과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14일 2기 기자들은 홍 회장의 퇴진 운동에 함께할 것을 선언하면서 선배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지난 5월 11일 정치부 기사 101건이 삭제됐다. 부서는 사라졌고, 부문장은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며 "대선 기간 동안 사측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로 일부 기사는 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포커스뉴스는 여전히 소중하다. 아직도 미래가 있다고 믿고 있다"며 "언젠가 사원증을 목에 걸고 일할 후배들에게 '포커스뉴스는 가능성 있는 언론사'라고 말해주고 싶다. 선배들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


<호 소 문>


지난 5월 11일, 정치부 기사 101건이 삭제됐습니다. 부서는 사라졌고, 부문장은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습니다.'


대선 기간 동안 사측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로 일부 기사는 쓸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5월 9일 이후에는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곪았던 상처가 결국 터졌습니다.


"우리는 비겁했습니다"


지난해 5월, 저희는 입사 3개월 만에 선배 기자 10여명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아침까지 발제를 논의했던 선배는 본사로 들어간 뒤 다시는 출근하지 못했습니다.


매출 부진이 이유였습니다. 당시 우리들은 수습기자로서 정기자로의 전환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용기가 없었습니다. 침묵했습니다.


살아남았습니다. 회사는 '더 이상의 사직 권고는 없다'고 했습니다. 떠난 선배들의 몫까지 해내면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부끄러움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회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1월, 회사는 사진영상부에 인원 감축을 강요했습니다. 또다시 선배들을 잃었습니다. 술 한잔 기울이며 '고생하셨습니다'라는 한마디만 했습니다.


일방적인 취재비 삭감에도 모든 게 조직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참았습니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의 직관'은 결국 기자들의 희생이었습니다.


신문윤리강령 제1조에는 '우리 언론인은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언론인에게 주어진 으뜸가는 권리라는 신념에서 대내외적인 모든 침해, 압력, 제한으로부터 이 자유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는 '언론인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을 실현하기 위해 부당한 억제와 압력을 거부해야 하며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선배들께 호소합니다"

우리에게 포커스뉴스는 여전히 소중합니다. 아직도 미래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 사원증을 목에 걸고 일할 후배들에게 '포커스뉴스는 가능성 있는 언론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람이 있어야 조직이 있습니다. 포커스뉴스는 사주의 도구도, 사주를 위한 방패도 아닙니다. 그래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으려 합니다. 더 이상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우리는 포커스뉴스 정상화를 위한 행동에 동참합니다. 길고 두려운 싸움을 시작하려 합니다. 뜻있는 선배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동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17. 05. 14

포커스뉴스 공채 2기 일동

강영은 김현이 문장원 박지선 손인해 이균진
이유지 이형진 장지훈 정상훈 최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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