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젠 막내기자까지 징계하나

'반성문' 3명 인사위 회부
대선 토론회 개최 못하고
전임사장 '전관예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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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상파 방송 가운데 유일하게 제19대 대통령 선거 TV토론회를 주관하지 못하며 무능 논란이 일고 있는 MBC가 내부 기자들에 ‘징계’로 입을 틀어막고 전임 사장에게는 수억 원의 ‘전관예우’ 특혜를 제공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BC는 자사 언론인 4명(곽동건·송일준·이덕영·전예지)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26일 열리는 인사위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가 논의될 예정이다. 내부의 한 기자는 “최근 여러 가지 이슈로 수세에 몰린 사측이 엄포용으로 사안이 오래된 이야기까지 끄집어내서 인사위를 추진한 걸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인사위에 회부된 언론인 중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는 지난 1월 유튜브를 통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MBC가 묵인·축소 보도했다”고 지적하며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은 막내 기자들이다. 당시 이들은 “정부를 앞장서 비판하며 MBC 뉴스를 이끌던 기자 선배들을 우리도 못 본지 오래됐다. 5명이 해고됐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쫓겨나 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쫓아내고 보는 상황에서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일준 PD는 외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회사의 허가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됐다. 송 PD는 지난 3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MBC 스페셜’ <탄핵> 편 불방 사태에 대해 “김장겸 체제 MBC가 박근혜 일파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상징적 조치”라고 지적하며 “계속 촛불 국민의 열망을 배신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초 사측은 김희웅·이호찬 기자에 대해서도 인사위 회부 방침을 밝혔으나, 사전 징계 통보 및 이의신청 접수 등 인사위 회부를 위한 사전 절차를 밟지 않아 취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리포트 가운데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공론화시켰다는 이유로 인사위 대상으로 거론됐다.


MBC 기자들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대선 이슈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측이, 내부 자성의 목소리에는 적극적으로 깔아뭉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MBC 출신의 한 언론인은 “과거에는 ‘대선토론회 하면 MBC’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히 대선 때 그 어느 언론사보다 주목받았다. 지금은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며 “징계로 입을 틀어막을 때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내부의 한 기자는 “SBS와 KBS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진행한 토론회를 우리만 하지 못했다. 심지어 종합편성채널인 JTBC에게도 밀렸다”며 “담당 간부가 일정을 빨리 잡지 않아 조율 과정에서 무산된 걸로 알고 있다. 고의든 실수든 공영방송으로서 굉장히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뉴스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꼽히는 안광한 전 사장이 퇴직금을 비롯해 수억 원을 챙겨가는 것도 논란거리다. 안 전 사장은 내부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영 자문위원에 위촉될 예정이다. 1년 간 최소 2억원의 자문료가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3억원의 퇴직금과 5000만원 상당의 특별퇴직공로금을 포함해 안 전 사장이 퇴직 후 챙기는 금액은 6억원에 이른다. 안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MBC PLUS’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회삿돈으로 관광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논란이 된 해외 출장비는 항공비 등을 포함해 2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영방송 MBC 파괴에 앞장선 두 전·현직 사장이 품앗이처럼 회사 돈으로 잔치를 벌이는 행위가 벌어진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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