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여야 비율 7대6 구성
사장 임명 ‘특별다수제’ 도입
법안 미방위 묶여 진전 없어
“이렇게 다들 고생하시고 해직문제도 해결 안됐는데 여기(MBC)서 토론하게 되니까 참담합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전원 다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문재인 후보)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MBC 앞.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 한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100분 토론’에서 진행되는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 녹화를 위해서다. 이날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는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공영방송 독립은 국민에게 필요한 약속’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 후보는 약속대로 토론회장에서 ‘언론 적폐’를 화두로 내세웠다. 대선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해직자 복직과 공영방송 문제를 언급한 건 처음이었다. 문 후보는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이 됐다”며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BC는 자사 뉴스로 맞받아쳤다. ‘뉴스투데이’(1꼭지)와 ‘뉴스데스크’(3꼭지)는 문 후보를 겨냥한 리포트로 채워졌다. “정책공방이 아니라 공영방송 흔들기와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대선후보 검증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갑자기 공영방송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등의 지적이었다. 내부 기자들은 MBC의 보도를 두고 “문 후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위적 수단으로 뉴스를 사유화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언론 개혁’과 ‘보도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공개된 ‘이정현 녹취록’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과 더불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공영방송이 유독 소극적인 보도 자세를 취하며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먼저 ‘언론장악방지법’을 하루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비율 7대6으로 구성하고, 사장 임명시 이사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지난해 9월 국회의원 162명이 공동으로 발의했으나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MBC의 한 기자는 “MBC가 망가지고 시청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건 이미 2%대로 떨어진 뉴스데스크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며 “새 정부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부터 손질하는데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정부 조직 개편이 되면 가급적 이 법안에 대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제도적으로 완비가 되면 사람의 문제가 남아 있다. 내부 조직에 대한 문제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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