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대선보도 감시 강화 나선다

KBS·MBC·YTN, 전문인력 투입 등 엄격한 검증시스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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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대선 정국의 막이 오르며 기자들이 ‘대선보도모니터’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 특히 KBS와 MBC, YTN 등 그간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언론사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정부비판 보도에 소극적으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엄격한 자체 검증 시스템을 내놔 눈길을 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2월부터 9명의 내부 모니터단과 3명의 박사과정 수료생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인력의 도움으로 대선방송 모니터에 돌입했다. 주1~2회 발행되는 내부감시단 보고서는 ‘최순실과 탄핵을 지우려는 KBS’ ‘사드 보도, 북풍몰이도 부족해 이젠 중풍(中風)인가’ 등의 내용으로 지금까지 6차례 발간됐으며, 외부 전문가의 보고서는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김준범 KBS본부 대외협력국장은 “어떤 이슈에 대해 타 매체 보도와 비교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대선미디어감시연대’(대선감시연대)를 발족했다. (언론노조)

MBC도 지난 20일부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와 MBC기자협회, MBC영상기자회가 공동으로 대선보도감시단을 구성, 모니터 활동을 시작했다. 120여명의 취재기자와 영상취재 기자들로 구성된 감시단은 하루에 10명씩 돌아가며 관리감독을 하고 일일보고서도 작성할 계획이다. MBC본부는 “선거방송 준칙에 따라 공정성과 객관성, 정확성 등을 기준으로 모니터를 진행하고 있다”며 “근거 없이 특정 후보 진영이나 정파를 비호, 비난하는 방법으로 편파적이고 왜곡 보도를 하는 등 회사 경영진의 안위에 뉴스를 이용하는 ‘사유화’를 철저히 감시하고 기록해 책임을 묻겠다”고 전했다.


MBC본부는 본사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민실위를 적극적으로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도건협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지역의 경우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민실위 활동을 제대로 해오지는 못했는데, 이번 대선을 맞아 일주일에 한 번씩 민실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상시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대구를 기점으로 다른 곳도 민실위 활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YTN노조 또한 공정방송을 위해 구성된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추위)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공추위는 사측과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모니터한 내용을 논의했는데, 이외에도 상시모니터를 가동해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측에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법원이 공추위의 보도국 편집회의 참석과 관련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물꼬가 트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YTN노조는 현재 21명으로 구성된 공추위원들이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의 뉴스를 시간대별로 돌아가며 뉴스를 모니터하고 있다. 홍선기 YTN 공추위원장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관련 리포트를 모니터할 계획이다. 따로 대선보도감시단을 발족할 것인지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가 북풍 등 안보 이슈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대선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겠다. 기계적 중립으로 편향되고 왜곡된 사실이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철저히 검증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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