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 성실히 조사"…기자들 질문 또 외면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현장>
자택·검찰청 주변 취재진 등 북새통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높게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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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2일 만에 피의자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전직 대통령이 된 셈이다.


온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이날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엔 이른 새벽 시간임에도 취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엔 취재진 100여명 외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와 경찰 병력이 한 데 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 매체 A기자는 “오전 6시부터 자택 앞을 지켰는데 이미 타사 기자들이 일찍 나온 터라 뒷줄에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밤 샌 취재진도 있는 것 같고 대부분 새벽에 나와 카메라를 세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역시 지난주 사전 등록한 기자들에 한해서만 출입이 가능했지만 새벽 4시부터 기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엔 200여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며 검찰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취재경쟁을 펼쳤다.


오전 9시24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 조사가 부당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고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적시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 8개 혐의에다 지난달 28일 수사를 마친 특검이 밝혀 낸 뇌물수수 등 5개 혐의를 추가해 총 13가지다.


이 중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직권남용,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도 또 다른 쟁점이다.


종합일간지 B기자는 “기자들이 어제 계속 검찰에 뇌물죄 부분을 물어봤는데 유독 뇌물죄 질문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뇌물죄가 관건이 될 것 같고, 검찰이 어디까지 기소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여부다. 취재 기자들은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 현재 구속된 상태라 구속 수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또 도주 우려는 없지만 혐의 자체를 반복적으로 부정한 데다 주요 참고인 내지 증인이 될 수 있는 이영선 경호관과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자택으로 불렀다는 게 증거 인멸을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속영장청구 시기를 놓고선 소환 조사 이후 이르면 2~3일 혹은 늦어도 다음 주엔 청구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원을 출입하는 지상파 C기자는 “공여자들이 구속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역시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신병처리를 미룰 경우 검찰이 눈치 본다는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어 소환 조사를 끝내고 2~3일 내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홍만표 검찰 수사기획관이 기자실에서 4번이나 브리핑한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법조를 담당하는 D기자는 “노 전 대통령 검찰 소환조사 당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기자실에서 4번이나 브리핑을 했는데 구속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사실상 언론플레이이자 동시에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며 “이번엔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이날 오후 한번만 백브리핑을 했다”고 밝혔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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