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기다린 취재진에 8초 말한 박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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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21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취재진들이 자리를 잡고 취재 준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한 21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과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엔 이른 새벽부터 취재진을 비롯해 지지자, 경찰 병력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취재진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삼성동 자택에선 정문에서 오른쪽 대각선 지점과 그 건너편에 카메라기자와 사진기자 50여명이 몰렸고 그 주위로 취재기자들이 늘어서 돌발 행동을 하는 지지자와 자택을 오고 가는 인물들을 주의 깊게 살폈다. 방송사 헬기는 자택 상공을 선회했다.

 

온라인 매체 A기자는 “오전 6시부터 자택 앞을 지켰는데 이미 타사 기자들이 일찍 나온 터라 뒷줄에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밤 샌 분들도 있는 것 같고 대부분 새벽에 나와 카메라를 세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동 자택 인근엔 취재진만큼이나 수많은 지지자들도 몰렸다. 이들은 “불쌍한 대통령 잡아가면 안 된다”며 고함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게 시비를 거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주요 타깃은 언론이었다. 지난번과 같은 폭력 사태는 없었지만 지지자들은 “똑바로 보도도 안 하는데 뭘 찍냐”며 카메라기자들의 이동을 막거나 “개돼지만도 못한 언론 쓰레기”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지지자들의 손에 들린 피켓과 담벼락에 쓰인 글귀에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상당수였다. 담벼락엔 ‘한국 언론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중증환자다. 언론계에 숨어 있는 세작(간첩) 적출하라’ ‘조중동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따위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그의 한국체육대 후배인 김수현씨와 함께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을 수사하라는 피켓도 다수 있었다.


종합일간지 B기자는 “개인적으로 그분들이 이해는 안 되지만 언론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하고 날이 선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9시15분쯤 자택을 나와 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중앙지검은 전날부터 서편 출입문을 사실상 폐쇄하고 동편 출입구에선 쪽문만 열어둔 채 오전 4시부터 취재진과 직원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출입을 제한했다. 지난주 미리 등록을 신청해 허가를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음에도 약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청사 안이 북적였다. 


그러나 7분 만에 중앙지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만 남긴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취재진의 ‘검찰 조사가 부당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9시35분경부터는 1001호실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종합일간지 C기자는 “검찰이 이번 사태의 정점을 박 전 대통령으로 지목해 보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사의 의지는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기자는 “기자들이 어제 계속 검찰에 뇌물죄 부분을 물어봤는데 유독 뇌물죄 질문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뇌물죄가 관건이 될 것 같고, 검찰이 어디까지 기소할지 여부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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