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기자의 죽음…"이대로 보낼 수 없다"

동료들 "출입처 장벽, 실적 압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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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한 민영통신사 A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생언론에 배타적인 출입기자단의 벽에 좌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동료기자들은 전했다. 광고영업을 강요하고, 해고에 거리낌이 없는 소속 언론사의 행태를 지적하는 기자도 있었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한 동료기자는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들자는 생각이 큰 기자였다. 이렇게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일 오후 세상을 등지면서 “몸도 정신도 너무 망가져서 더 이상 힘이 나질 않습니다. 결국 이런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국가기간통신사의 벽에 한없이 작아지는...제가 싫습니다. 결국 발로 뛰어 조금이나마 격차를 줄이려고 했지만 안 되네요. 모든 것이 제가 못난 이유겠죠”라고 썼다.

 

주위 기자들은 법조기자인 그가 출입기자단에 소속돼 있지 않아 법원 출입이나 영장 확보, 취재원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B기자는 “A기자가 부산가정법원 출입증을 발급받았는데 기자단에서 가정법원 외에 출입은 막으라고 법원을 압박한 적이 있다”며 “또 법조기자라면 영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도 막아 A기자가 많은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A기자가 항상 했던 말이 ‘검찰에서 연락이 오느냐. 나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였다. 검찰에서 브리핑을 해도 따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취재원들도 출입기자와 A기자를 차별했다. 모든 매체들이 차장검사 실명을 박아 보도해도 A기자에게만 ‘왜 실명을 박느냐’며 항의 전화가 오곤 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기자들은 기자단 카르텔의 공고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지역 C기자는 “부산기자협회에 소속된 언론사들이 부산을 장악하고 있다. 법조나 시의회 기자단에 가입하려고 해도 승인은 물론 투표에 부칠 생각도 없는 것 같다”면서 “진입장벽 자체가 엄청나다. 오죽하면 경남지역 신문사들이 기자실 가입을 요청했을 때도 거부해, 경남도지사가 출입 요청 공문을 보낼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법조기자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원과 검찰은 제공되는 정보가 개인적이고 수사에 밀접한 것들이라 검증이 돼 있고 존속 가능한 회사들 위주로 출입하고 있다”면서 “법원 같은 경우 청사 출입 관리를 위해 책임감 있게 인수인계를 할 수 있는 곳들만 출입증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산 지역 출입 시스템이 폐쇄적이라고 하는데 수십 년 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원칙 때문”이라며 “문제가 불거졌으니 원칙 수정에 대해 부산기자협회에 공식적으로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기자협회 관계자는 “부산기자단의 카르텔이 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진지한 출입 요청이 있고 일정 요건을 갖춘다면 꼭 부산기자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문제가 불거진 만큼 협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속사의 실적 압박이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C기자는 “A기자가 지난해 총선이 끝난 후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젊은 기자였음에도 저성과자로 광고 영업을 하지 않았고 기사 실적도 미비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며 “해고무효소송 과정에서 협상이 이뤄져 복직했지만 내부에서 여러 압박 등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기자도 “회사 쪽에서 A기자를 많이 괴롭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언론사 사주가 경영적인 측면에서 휘하 기자들을 압박했다는 건 부산 지역에 이미 파다하게 퍼진 얘기다. 광고나 취재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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