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200회를 맞이하면서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요즘 대체적으로 프로그램 수명이 짧아지고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인데, ‘썰전’은 JTBC뉴스룸보다도 더 오래됐다는 데 의미가 있죠. KBS ‘전국노래자랑’과 같이 장수프로그램이 되는 게 바람입니다.” (김은정 JTBC ‘썰전’ PD)
“방송을 시작한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포털 사이트에서 ‘채널A 온에어’가 검색어로 뜨더라고요. 녹화방송이 나가는 시간이었죠. 시청자들이 스스로 ‘외부자들’을 찾아본다는 걸 느낄 때마다 뿌듯하죠.” (유희선 채널A ‘외부자들’ 작가)
“결방이 됐을 때 한 시청자가 SNS에 남긴 글이 기억에 남아요. ‘강적들’을 보려고 통닭을 시켜놨는데 방송을 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사소한 글이었는데 보고 힘이 났죠. 주 시청층인 40대를 위해 정보의 질을 꾸준히 높이고 좋은 콘텐츠로 무장할 계획입니다.” (황의철 TV조선 ‘강적들’ PD)
종편 시사프로의 강세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어렵고 진부하다고 했던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프로가 콘텐츠에 예능을 가미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그간 지상파가 전통 탐사보도 방식으로 시사프로를 이끌어왔다면 최근엔 종편이 쉽고 재미있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를 내놓으며 젊은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JTBC '썰전'과 TV조선의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이 대표적이다. 오는 16일에는 MBN도 '판도라'를 런칭, 시사쇼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시사프로의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최순실 키워드가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한 데 이어 최근에는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뉴스뿐만 아니라 시사프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 실제로 평균 3% 내외의 시청률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던 TV조선의 ‘강적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평균 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 시작한 채널A의 ‘외부자들’도 비슷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힘을 얻고 있다.
팩트체크로 신뢰 높인 ‘썰전’
▲종편의 시사프로그램은 예능을 가미한 토크쇼 형식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은 JTBC ‘썰전’(PD 5명·작가 8명)의 제작진.
JTBC의 ‘썰전’은 지난해 12월 10%를 돌파한 이후 7~8%대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 MBC ‘무한도전’에 이어 2위에 올랐을 정도다. 김은정 썰전 PD는 “출연진들이 하는 말에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담겨있고 얽혀있는 이해당사자도 많기 때문에 팩트체크를 여러 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왜곡 없이 잘 전달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2월 MC 김구라와 이철희-강용석 조합으로 입소문을 키워온 썰전은 지난해 1월 유시민-전원책을 캐스팅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다운 썰전 작가는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을 대표하는 두 출연자가 서로의 캐릭터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호흡을 기가 막히게 맞추고 있다”고 했다.
분야별 목소리 담은 ‘강적들’
▲TV조선의 '강적들' 제작진(PD 9명·작가 9명)이 출연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해 10월 TV조선에서는 썰전에 대항해 신규 프로그램 ‘강적들’을 내놓았다. 이봉규, 김성경, 이준석, 함익병 등 다양한 분야의 출연진으로 썰전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황의철 강적들 PD는 “다양한 직업군이 나오는 게 강적들만의 강점”이라며 “각계 분야에서 사실 그 자체보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위주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사프로 제작진은 기획부터 대본 회의, 녹화, 편집을 거치기까지 쉴 틈이 없다. 출연진이 많을수록 편집의 양도 늘어난다. 황 PD는 “4시간정도 녹화를 하는데 그대로 내면 시사 이슈다보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슈와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꼽고, 우리가 몰랐던 정보 위주로 재미있는 토크를 가미해 완성본을 내보낸다”고 말했다.
내부자 폭로하는 ‘외부자들’
▲채널A의 '외부자들'은 외부의 시선으로 내부를 과감히 폭로한다. 제작진은 7명의 PD와 9명의 작가로 구성됐다.
최근 채널A에서 내놓은 ‘외부자들’도 3~5%대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외부자들은 기획부터 시작해 섭외하는 데만 꼬박 4개월이 걸렸다. 김군래 외부자들 PD는 “시사예능을 표방하려면 스타성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 만큼,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왜곡시키면 바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으로 겨우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출연진은 MC 남희석을 기점으로 안형환과 전여옥, 정봉주, 진중권 등 제목 그대로 철저하게 외부자들로 이뤄졌다. 유희선 외부자들 작가는 “누구보다도 밀착된 내부자였다가 외부자가 된 케이스부터 시작해 박근혜 정부에서 숨소리도 못 내고 산 외부자 등 다양한 사례로 꾸렸다”며 "내부자가 보지 못하는 걸 오히려 외부자가 볼 수 있고 더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만큼 캐릭터의 강점이 크다”고 소개했다. 유 작가는 “이번 사태가 정리되면 시청률 거품은 어느 정도 빠질 것”이라며 “시청자들에게 정치와 시사의 끈을 어떤 방법으로 계속 유지하게 할지는 모든 시사프로 제작진의 공통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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