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와 세월호 7시간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이호진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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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JTBC 기자

“저희는 그날 서울에도 없었는데.”
두 달여 전 처음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와 접촉했을 때 박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입니다. 청와대를 출입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입니다. 세월호 참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왜 저런 대답을 했을까. 대통령 비선 의료진을 취재하며 품고 있던 의문이었습니다.


취재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같다는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취재팀은 병원 계단에 버려진 쓰레기봉투를 발견하고 찢긴 내용물을 하나하나 맞춰보고 분석했습니다. ‘정유연’ ‘최 회장님’ ‘최 외 1인’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각종 특혜들이 최순실씨의 단골병원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단서가 처음 확보된 겁니다.


같은 건물 화장품 업체와 의료기기 업체들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김씨 부인과 처남이 운영자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회사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뚜렷한 실적도 없던 업체가 대통령 해외 순방을 수시로 따라다닌 것이 확인됐습니다.


취재는 결국 처음 품었던 의문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김영재 측은 묻지도 않았던 세월호 참사 당일 알리바이를 꺼냈을까. 실마리는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단이 촬영한 사진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일보 보도 이후 취재팀은 시술 시간을 더 구체적으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부터 촬영한 사진 수백 장을 다운받아 성형외과 전문의 6명과 분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닷새 뒤인 2014년 4월21일, 왼쪽 하관에 또렷한 시술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취재팀은 두 달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김영재 의원을 처음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이제 특검 수사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점이 차례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7시간이 밝혀질 때까지 취재는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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