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녹취파일과 유출 기밀문건 추적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장관석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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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석 동아일보 기자

최순실씨는 너무 많은 일을 저질렀다. 쏟아지는 폭로와 의혹 속에서 우리도 어느 지점에서든 사건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몇 차례의 변곡점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키를 쥐고 있는 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라고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자 최씨와 직접 접촉해온 인물인 만큼 취재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온갖 의혹 제기가 계속된 상황에서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은 사건의 핵심을 밝힐 결정적 증거였다.


팀원 전체가 백방으로 나섰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최씨의 국정 개입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있다”고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넘긴 정부 조각 명단, 장차관 인선,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등 기밀문건 47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최씨와 4대 국정기조를 정하는 녹취록에서는 이번 정부의 사상적 빈곤함이 느껴졌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정 비서관이 ‘비선실세’의 지시를 잘 이행하기 위해 통화 녹음까지 한 대목에서 국가 시스템 붕괴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이후 녹음파일의 핵심 내용과 전문을 입수했고 최대한 가공 없이 게재해 독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 장막 뒤에서 이뤄진 국정농단이 독자들에게 날것 그대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정호성 녹음파일’과 ‘유출 기밀 문건’은 최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도를 가장 명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증거다. 오염되거나 의도된 증거로 치부할 수 없는 이 강력한 물증은 비선실세 국정개입의 민낯을 온전히 품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언론의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자로서 느껴야했던 당혹스러움 앞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쓸 수 있는 기사를 쓰자”며 서로 다독이며 달려온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깊은 애정으로 길을 열어주는 전성철 법조팀장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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