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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브리핑실 49석의 주인이 바뀌나

[글로벌 리포트 | 미국]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2017.01.04 13:28:14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가 이겼고, 미디어가 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이렇게 선언했다. 폭스 뉴스, 월스트리트 저널(WSJ), 워싱턴 타임스 등 극소수 미디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 언론사와 기자는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막으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제 패자인 미디어는 승자인 트럼프가 언론에 어떤 전리품을 요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은 조금씩 그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진영이 요구한 첫 번째 전리품은 백악관 브리핑실과 기자실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최근 백악관 기자실의 운영 시스템을 바꾸고, 브리핑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정치판에 뛰어든 이래 입만 열면 미디어를 신랄하게 공격해 왔기에 프리버스의 예고는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백악관 브리핑실은 웨스트 윙으로 불리는 백악관 서쪽에 있는 조그만 방이다. 그 방 좌석이 49개에 불과하다. 그 브리핑룸 옆에 기자들이 작업할 수 있는 기자실이 있다. 브리핑실 좌석과 기자실은 ‘주인’이 정해져 있다. 역사와 전통 및 영향력을 자랑하는 주류 언론사가 그 자리와 공간을 선점하고 있다. 브리핑실 좌석 배정과 기자실 사용 결정 권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백악관 대변인이 행사해왔다. 그러다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의 대변인이었던 아리 플라이셔가 백악관 기자단에 이 권한을 넘겨주었다. 그렇지만 기자단 역시 주류 언론사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장악하고 있어 인터넷 매체나 외국 언론사 기자들이 끼어들기 어렵다.


백악관 출입 기자증을 소지한 기자는 약 750명 가량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백악관 출입 기자는 백악관에 가도 어디 앉을 곳이 없는 떠돌이 신세다. 브리핑실 앞쪽 좌석에는 언론사 명패가 붙어 있다. 맨 앞줄에 AP통신, ABC, NBC, CBS, CNN, 폭스뉴스가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 줄에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력 신문사 자리가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증이 없다고 해서 백악관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변인실에 사전에 연락하면 신분 확인 과정을 거쳐 일반 기자들이 백악관을 들락거릴 수 있다.


백악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일 브리핑 제도를 운영해왔다. 백악관 대변인이 매일 두툼한 브리핑 파일을 들고와서 주요 현안에 관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눈다. 프리버스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 정례 브리핑 제도를 없애고, 백악관 출입 기자단이나 수행 기자단을 없애버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보수 성향의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백악관 기자단은 기본적으로 길드(guild)이고, 이 길드는 현상 유지 세력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깅리치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1960년대의 낡은 브리핑 제도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은 기본적으로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백악관 등 정부가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중간 전달자가 없어도 얼마든지 정보를 전파할 수 있다고 깅리치가 강조했다. 백악관 브리핑은 구글 행아웃, 페이스북 라이브,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화상 중계가 가능하다. 그 대상은 백악관 출입 기자가 아니라 미국과 지구상의 모든 기자 및 일반 시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기존의 신문과 방송에 대한 강한 불신감과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에도 여전히 트위터를 애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관례를 깨고, 당선 이후 아직까지 기자 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시대가 공식 개막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민감해야 할 기자가 자신이 처한 환경의 변화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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