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명함 없어도 취재 잘 할 수 있어요"

법조 전문 시민기자 활약 중인 법조공무원 김용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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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기자가 아니어서 오히려 기사 마감에 구애받지 않고 한 가지 주제에 깊이 파고들어 취재할 수 있다는 게 제 장점이지요.”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서울가정법원, 고양지원 등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법조공무원 김용국 기자는 “최대한 깊이 있고 심층적인 기사를 쓰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이며 취재원이 늘어났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무원 신분으로서 자발적으로 각종 매체에 생활법률 이야기, 판결 분석, 판사 인터뷰, 사법개혁 등을 소재로 기고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식 출입기자가 아니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다. 법원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관계자 인터뷰를 따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또 보도자료도 받을 수 없다.


▲김용국 법조 전문 시민기자

김 기자는 “보통 기자들은 한 장짜리로 요약된 보도자료를 받는데, 나는 100여장에 달하는 판결문을 손수 들여다보고 써야 한다. 하지만 시의성에 쫓겨 단발적인 사건을 다루기보다, 사회에서 주목하는 이슈를 자유롭게 기획하는 방식이라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언론사 출입처 시스템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만큼 한계도 있어요. 깊이 파헤치기 어렵다는 거지요. 여러 가지 부서 중에 거쳐 가는 한 곳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기엔 짧은 시간이에요. 기본적인 민사나 형사재판절차를 모르는 상태에서, 공보관의 말만 믿고 기사를 소화하다보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재벌에 우호적인 기사가 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대학 시절부터 기자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에 쫓겨 꿈을 접고 공무원 시험을 봤고, 그렇게 기자와 멀어져가는 듯 했다. 그러다 사내에 직장협의회가 생기면서 신문을 만들게 됐는데, 그때 숨겨온 열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김 기자는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에 법원 공무원으로 사는 이야기를 기고하다가 변죽만 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가정법원에서 생긴 일, 이혼이나 가정폭력 이야기, 재판에서 일어난 일 등 전문적인 이슈를 다루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여대생 마사지와 키스방 처벌’ ‘유방암 군인 퇴역 판정’ ‘2009년 촛불 재판 파동’ ‘2011년 한미FTA 강행’ 등 굵직한 사건을 다루며 오마이뉴스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 기자는 2009년과 2011년에는 최고의 기자(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됐다. 또 자신의 경험을 살려 <생활법률 상식사전>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판결VS판결> 등의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법조계의 깊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쓰는 기자, 저술가, 칼럼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 법원은 무죄판결 비율이 적잖아요. 그 원인을 따져보면 일제시대 그 이전으로 올라가거든요. 현상에 주목해서 오랫동안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흥미 위주의 단편적인 기사가 아니라, 실생활 이야기와 학술적 논문 그 사이에서 답을 찾고 싶습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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