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디지털저널리즘 가능하고 성공할 것"

기자협회·언론학회·삼성언론재단 주관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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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매체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구독률과 시청률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의 위협도 날로 거세진다. 미디어 현장에선 새로운 실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 언론들도 도전에 나서면서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학회, 삼성언론재단이 공동 주관한 '제2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 - 뉴스 미디어는 실험 중' 토론회가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김달아 기자)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학회, 삼성언론재단이 1일 공동 주관한 '제2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 - 뉴스 미디어는 실험 중' 토론회에 참석한 현직 언론인, 학계, 대학생 등은 실험의 성과를 나누며 미디어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이날 최철 CBS SNS팀장은 CBS노컷뉴스의 영상 브랜드 '씨리얼'이 주목받는 이유로 형식 파괴와 10대 타겟팅을 꼽았다. 최 팀장은 "모든 영상을 직접 만든다. 전달하고 싶은 뉴스나 메시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뮤직비디오, 콩트, 애니메니션 등 어떤 형식이든 차용했다"며 "세상일에 관심이 많거나, 관심을 갖고 싶은데 어려워하는 젊은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씨리얼 페이스북 구독자 연령대를 분석해보면 24세 이하가 52%에 이른다. 34세 이하는 34%, 35세 이상은 14%에 불과하다. 씨리얼의 대표 콘텐츠는 지난 4월 총선 투표독려 프로젝트 정치인 3분 강의, 정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낸 100초 정치수업, 주요 이슈를 칠판에 설명하는 칠판시리즈 등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다룬 기획은 한 편을 올릴 때마다 구독자 수가 1만 명 이상 증가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 팀장은 "정보 없는 영상은 소비는 되지만 기억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콘텐츠에 뉴스를 담았다"며 "실제로 정보 없이 재미만 있는 것들은 널리 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기자들은 내가 알고 있으면 남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뉴스에 나오는 개념을 10~20대 층에 맞춰 설명하니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타깃과 비슷한 시각의 후배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철 CBS SNS팀장(왼쪽)과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래빗 팀장.


이어 발표에 나선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래빗 팀장은 "뉴스를 끊임없이 실험하라"고 강조했다. 뉴스래빗(News Lab+It)은 뉴스에 이미지, 영상, 모션그래픽, VR, 데이터 등을 적용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신문은 금속활자가 등장했던 16세기 이후 달라진 게 없다"며 "미디어 혼돈의 시대에서 우리는 빠르게 진화해야 한다. 그 해답을 R&D(연구개발)에서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언론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뉴스를 R&D하고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래빗은 적용한 기술이나 스토리텔링 방식에 따라 17개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역 출구에 붙어있던 메모 4000여장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형태소를 분석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를 추출한 뒤 연관성에 따라 다시 분류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뉴스R&D 개념 뉴스룸에 도입 △프로토타입 개발, 실행이 최우선 △형식 구현 기술력 내재화 △쓰는 기자, 스토리텔링 실험에 참여 △자사 CMS 기반 실험 추구 △에디터와 협업하고 저널리스트로 대하라 등을 제안했다. 이어 "지난 1년간 한국 언론의 실험 결과를 공유한다면 더이상 뉴욕타임스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한국형 디지털저널리즘 실험이 가능하고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왼쪽)와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스타트업 앨셀러레이터 메디아티의 강정수 대표는 미국 통신업체 AT&T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타임워너를 854억달러(한화 약 100조4400억원)에 인수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강 대표는 "AT&T CEO 랜달 스티븐슨은 타임위너를 인수하면서 '모바일의 미래는 동영상, 동영상의 미래는 모바일'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될지 표현하는 간명한 문장"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발표 내내 모바일 동영상을 강조했다. 그는 "촛불집회가 매주 열리면서 한국에서도 모바일 라이브가 시작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확산되는 양상"이라며 "미국 젊은층에 인기 있는 동영상 SNS 스냅챗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의 미래는 스냅챗에 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모바일 광고 동영상은 클릭률이 높다. 아무도 누르지 않는, 웹사이트의 낡은 배너광고는 사라질 것"이라며 "모바일 광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인터넷 광고지분을 파괴적으로 빼앗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충성도가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뉴욕타임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젊은층에겐 그저 '나이트 클럽의 할아버지'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 스스로 평가했다"며 "타깃 오디언스(시청자, 청취자, 독자)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특히 20대의 삶에 미디어가 어떤 연관성을 줄 것인가, '나의 뉴스브랜드는 이곳'이라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올해는 '한국언론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의 고유한 가치인 사회적 역할에 큰 화두가 던져졌다"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한국 언론이 실험, 혁신하며 연대하는 새로운 모델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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