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낀 우병우, 기립한 검사

고운호 조선영상비전 객원기자
350미터 거리에서 조사실 포착
검찰 "휴식중 대화 나눈 것"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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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일자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란 1면 사진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취재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폐된 곳에서 조사받고 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당초 기대와 달리 팔짱을 낀 채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검사와 검찰 직원이 일어서서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어서다.


‘보는 눈이 없을 것’이란 그들만의 착각 속에서 피고발자 신분임을 망각한 채 사퇴 이전의 위세만 믿고 행동하는 우 수석과 본분을 망각한 검찰의 저자세가 동시에 포착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팔짱을 낀 채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검사와 검찰 직원이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듣고 있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사진은 조선영상비전 고운호 객원기자가 지난 6일 저녁 9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에서 350m가량 떨어진 서초역 인근 한 빌딩에서 찍은 것이다. (조선일보 제공)

검찰은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하러 간 사이 휴식을 취하면서 후배 검사 등과 대화를 나눈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 앞서 우 전 수석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한 KBS 기자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이번 찰나의 순간을 찍은 주인공은 조선일보 영상·카메라 자회사인 조선영상비전 고운호 객원기자. 고 기자는 2014년 12월부터 객원 기자로 활동 중이다.


소환과정에서 보여준 우 전 수석의 고압적인 자세와 ‘황제 소환’이란 지탄을 받은 검찰의 저자세가 조사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연출될지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취재가 시작됐다.


이날 사진이 주목받은 이유는 우 전 수석이 조사받은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직선거리에서 장면을 담아야 하는 등 취재에 적잖은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 전 수석을 찍기 힘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검사와 수사관을 한 프레임에 함께 담으면서 ‘황제 조사’가 될 것이란 우려를 잘 포착한 사진이라는 게 사진 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고 기자는 “조선일보 사회부의 도움을 받아 우 전 수석이 조사받은 사무실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운 좋게 우 전 수석의 모습을 취재 시작한지 20여분 만인 저녁 8시50분쯤 포착, 한 곳을 집중할 수 있었고 9시25분쯤 관련 장면을 포착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취재 역시 취재기자의 순발력에다 고성능 카메라 등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 기자가 취재를 위해 올라간 서초역 인근의 한 건물 옥상에서부터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은 서울중앙지검 1118호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350m. 그나마 서울중앙지검 11층을 찍을 수 있는 제일 적합한 장소였다. 이를 위해 캐논 1DX 카메라에, 600mm 망원렌즈와 2배율 텔레컨버터를 끼우고 모노포드를 사용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2007년 11월 1700mm렌즈를 가지고 350m가량 떨어진 서울중앙지검 10층에서 BBK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조사받던 김경준씨의 모습을 찍어 화제가 됐다.


고 기자는 “우 전 수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된다는 텍스트 기사는 많았고 그런 논란을 사진으로 증명하는 게 제 역할이었다”며 “이런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피고발인 신분인데도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우 전 수석에 대한 분노였는데 다행히 독자들도 똑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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