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언론도 최순실 국정농단 공범"

기자협회 등 12개 언론단체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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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울 책임은 언론에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등 12개 언론단체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언론 진실보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는 그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외면하고 침묵해 온 공영언론 등 언론계 전반에 대한 개탄과 반성의 뜻을 밝히는 시간으로서 마련됐다.

언론계 전·현업 인사와 단체들이 참여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는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은 사퇴를! 언론은 진실보도를!’ 비상시국 기자회견을 열고 “말과 글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울 모든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며 언론의 사명을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비상시국 대책회의에 참석한 단체는 앞선 두 단체를 비롯해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자유언론실천재단,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새언론포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언론위원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등이다.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는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은 사퇴를! 언론은 진실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상시국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사태를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 조직이라는 체계를 통하지 않고 비선실세와 그 측근들에게 국정을 맡겼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지위를 인형사에 놀아난 장막 뒤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규정하며 “오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가?…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은 헌법을 내팽개쳤다…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한 순간도 공직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과 함께 제시할 언론의 핵심 과제를 빠른 시일 내에 선정할 것이며, 진실을 밝히려는 취재도 보도에 대한 어떤 방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언론사 내부에서도 권력과 사측의 방해 공작에 맞서, 개탄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말자. 마지막까지 언론의 사명을 다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가능케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만약 대한민국 언론이 똑바로 됐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나. 벌어졌더라도 이 지경까지 됐겠나”라며 공영언론들의 미진한 역할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KBS·MBC 이른바 공영언론은 다른 매체에서 ('최순실'에 대해) 마구 떠들어 보도할 때도 꼼짝도 하지 않고 해명성 기사 몇 건만 늘어놨다가 대통령이 사과를 하니 그제서야 부랴부랴 나섰다"면서 "언론은 이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자들이다. 직무를 유기한 거다. 민주사회가 언론에 부여한 사회적 책무를 내팽개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침묵을 향한 경쟁’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서 역사를 바로세워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부여받은 성스러운 사명이다. 끝까지 진실보도를 위해 함께 싸우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속지 말고 진실을 밝혀 역사를 바로 세우자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와 관련해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조 위원장들도 자리를 찾아 최근 내부의 자성과 반성 움직임, 앞으로의 다짐 등에 대해 밝혔다. 이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 하면서 ‘현장에서의 투쟁’을 굳건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저흰 공범이었다. 대통령이 뭐라고 하면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그게 사실인 줄 알고 열심히 받아쓰고 열심히 방송해왔다. 최씨 일가가 뒤에서 무당춤을 추며 조종하는 거대한 인형극을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회사는 ‘청와대와 척지면, 청와대에 밉보이면 어려워진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논리로 내부 기자들을 끊임없이 겁박해왔다. 많은 기자들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번만 넘겨보자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현실을 회피해왔다. 그리고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에 이제 쓸려나갈 지경에 도달했다. 더 이상의 침묵은 죄악”이라며 “더 이상 언론의 본질을 흐리고 이 타락한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저희의 입을 막아보려는 어떤 시도에도 무릎꿇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와중에 박근혜 정권 아니 최씨 무당 정권이 또 다시 SBS출신 홍보수석을 임명했다. 나라를 거덜낸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로 불려간 SBS인사만 5명이다. SBS가 부패권력의흥신소라도 되나”라며 “SBS경영진은 SBS출신이 홍보수석이 됐다고 거기 기대 사사로운 이익을 취해보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마라. 용납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0일께 TF구성 등을 제안했지만 보도책임자 등에게 일축당한 상황을 설명하며 “저희가 더 싸웠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제하고 싸웠어야 한다. 자기검열에 빠졌다. 죄송하다”고 연이어 말했다.

성 본부장은 “지금 KBS기자협회와 함께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꿈쩍없다. 책임을 져야 할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이 여전히 지금 이 뉴스를, 특보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고대영 KBS사장과 이인호 KBS이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이 국민께 마지막으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로 알고 끝까지 싸우겠다.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최근 MBC취재진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가 쫓겨난 영상이 도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2012년 파업 이후 MBC에 (본인이) 알 수 없는 이력의 기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100여명의 취재진들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자조했다. 그는 현재 MBC내부의 상황에 대해 “MBC내부에서 공정방송을 하자고 외치던 기자들, PD들 모두 사라졌다. 다 쫓겨났다”면서 현재 MBC내부,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여당,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해 비판했다.

조 본부장은 “강한 언론이 강한 정권을 만드는 것이다. 언론을 그렇게 만든 대가는 그대로 청와대로 향하게 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향한다”면서 "내부에서 싸우고 있고 열심히 부르짖고 있다. 제대로 돌리라고 얘길하고 있다. MBC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의 모습.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뒤에 있는 피켓을 볼 수가 없다. 언론인의 책무를 다했나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KBS, MBC, YTN 공영언론 사주들은 개인 영달과 입신양명과 출세에 목말라 언론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인이라고 하기도 창피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날이 언론 시국선언의 날이 아니라 국민 사죄의 날이며 언론바로서기, (언론이) 책무를 다하는 날로 선포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박근혜와 최순실에게는 개인의 비상사태이겠지만 지금 이 나라는 국가 비상사태이고 거의 무정부 상태”라며 “저는 오늘 이 상황을 보면서 1987년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호헌이란 이름으로 장기집권을 시도했을 때 학생과 시민들이 일어나 그것을 무너뜨리고 6월 항쟁을 성공시킨 사례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이 민주화되면 권력이 민주화된다. 그래서 오늘 이 무너지는 나라를 언론인들이 앞장서서 구해내야 된다”면서 “비상대책 위원회를 꾸리고 언론인 모두가 하나가 돼 이 현실을 타개하고, 진정한 민주평화체제를 이룰 수 있는 일에 앞장서길 여러분들과 함게 결의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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