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걸린 대자보 "청와대방송 즉각 중단하라"

MBC·YTN 기자들, 자성의 목소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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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최순실씨의 측근이 임명됐다'는 한겨레의 보도 이후 최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의 중요 자료가 최씨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정황이 JTBC의 특종 보도로 밝혀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JTBC을 기점으로 TV조선과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마저 비판에 가세한 가운데, 여전히 공방 위주의 보도로만 그치고 있는 지상파와 YTN에 대한 지적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27일 붙인 대자보.

지난 25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보고서를 통해 뉴스데스크는 대통령의 발언만을 전달하는데 충실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나 청와대의 모금 개입 의혹, 두 재단의 초고속 설립 과정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뉴스데스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단 한 차례도 기획 기사를 내보낸 적이 없었다. 두 재단 관련, 사안의 쟁점을 정리한 기사조차 한 번도 없었다지난 한 달 동안 뉴스데스크만 봤던 시청자라면 이번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최순실이 누구인지, 최순실과 박 대통령은 무슨 관계인지, 왜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지 등 기본적인 팩트마저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7뉴스데스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노보를 통해서도 보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MBC본부는 국정농단 사태를 은폐하는데 공영방송 MBC의 대표 뉴스는 사실상 청와대와 공조했다. 대통령은 전격 사과했다. 그러나 뉴스데스크는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스데스크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리지 않는가. 집회 현장에서 MBC중계차가 연일 쫓겨나 생방송 자체를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말 심각성을 모른단 말인가라고 일갈하며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MBC 본사.

MBC는 지난 26일 오후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위한 5여명의 특별취재팀(팀장 오정환)을 뒤늦게 꾸리고 27일부터 취재를 시작한 상태다. MBC의 한 기자는 "뉴스데스크가 이번 보도를 안하는 거에 대해서 이미 예견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보면 된다"며 "보도를 하고 싶어도 보도국에 갈 수 없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이제와서 무슨 특별취재팀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 보도국 수뇌부들의 면피성 특취팀이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뉴스데스크의 존재 이유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다함께 증명해야 한다. 보도본부 수뇌부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자리 보존에 뉴스데스크를 더 이상 이용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YTN 노조도 무기력한 자사의 보도 행태에 유감 의사를 표했다. YTN지부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최순실 비선 의혹이 불거진 지난 9, 노동조합 공추위는 보도국에 '특별취재팀' 구성을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그 뒤로도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 정유라 등과 관련해서는 이슈 지정은커녕 제대로 된 취재지시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YTN 본사.

YTN노조는 뉴스 하나만 제대로 하겠다는 방송국이 어쩌다 종편뉴스 뒤꽁무니나 쫓아가는 신세가 되어버렸을까. 권력에 줄서는 간부들이 득세하고 정권의 내시가 되길 자처한 자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YTN에 제대로 된 뉴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기자들의 총의가 반영되는 보도국장 추천제를 휴지장처럼 버리고, 윗선의 눈치만 보는 데스크가 많아지면서 보도국에서 토론이 실종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YTN은 27일 오전 10여명의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내부에서는 이 안에 법조팀 소속 기자 5~6명이 포함돼있어 실질적으로는 5여명에 불과한 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YTN의 한 기자는 "보도를 안하는 게 아니다.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가만히 두고보고만 있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최순실 후속 보도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다음에는 제대로 보도 할 엄두라도 낼 것"이라고 했다.

 

YTN27일 오후 7시 기자협회와 카메라기자협회, 보도영상인협회, 기술인협회가 모여 긴급 사원총회를 개최한다.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은 "총회 때 보도국장도 참석할 예정"이라며 "모두가 모여서 이번 특취팀과 관련한 인력 구성과 앞으로 취재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보도국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뉴스회사가 뉴스를 못하게 된 건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며 보도국 간부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은 '부담스럽다'며 발제를 억눌러 왔고, '알면서 왜 그러냐'고 정권 눈치보기를 정당화해왔다. 아직 일말의 기자정신이라도 남아있다면, 간부들은 지금까지의 직무유기를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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