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CBS 대기자와 시민 김유나씨가 대표로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정권의 공영방송 지배를 청산하기 위해 시민들과 언론단체들은 국회가 조속한 시일 내에 법적·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진실 보도, 공정 보도를 더 강력히 지원하면서 불공정 편파보도와 왜곡 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은 SNS 등을 통해 더욱 널리 확산한다. 오늘의 시민선언을 계기로 현업 언론인들이 더욱 단합해서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실천하는 과업에 매진하기를 촉구한다.”

1974년 10월24일 유신 독재 정권에 맞서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 지 42년이 되는 날, 시민 2016명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과 거짓 언론 타파에 앞장서겠다며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외쳤다.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식'에 참석한 언론인과 시민들이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현업단체들과 자유언론실천재단, 새언론포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주최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한 ‘2016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식’에서는 사드반대 성주주민, 세월호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평화나비’ 대학생, 공공부문 노동자 등 시민과 언론인들이 언론 자유를 위해 기꺼이 힘을 모으겠다고 결의했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언론 환경 속에서 관제언론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참여하는 언론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공공운수 노조도 참 언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세월호 희생자 임요한군의 어머니는 언론을 향해 “오로지 국민 편에 서서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밝혀줄 것은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 임요한군의 어머니가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 대표자로 발언하고 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김샘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의 합의가 다른 이름도 아닌 ‘대승적 타결’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전국 언론에 도배됐을 때 마음이 아팠다. 이후 소녀상을 지킬 때도 일부 언론은 불법성만을 강조했다”면서 “인권, 평화라는 가치는 대학생, 시민들뿐만 아니라 언론인들도 함께 지켜내야 할 가치다. 언론인들이 끝까지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인권과 명예를 위해 싸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언식에는 42년 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외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기자들과 해직언론인, 환경, 여성, 인권,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학계, 노동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해 시민선언에 힘을 보탰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번 시민선언은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언론자유를 위해 저항했던 언론인들과 현업 언론인, 공정언론을 위해 노력해 온 언론시민단체들의 공동 제안으로 시작됐다”면서 “어떤 의미에서 42년 전보다 지금의 권력이 더 교활하고 악랄하게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오늘을 계기로 시민들과 함께 ‘언론의 민주화 없이 권력의 민주화 없다’는 명제를 사명으로 삼고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이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해동 목사도 “언론이 바르게 서려면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에 선포됐던 동아투위 기자들의 선언이 모든 언론사와 언론에게 긍정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 모든 언론사가 기자를 모집할 때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숙지 여부가 채용의 필수 조건이 되는 때를 기대해 본다. 그 때가 와야 우리가 거짓 없는 세상을 살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초 복막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도 “선배들이 피를 토하며 쟁취한 언론의 자유가 한순간에 무너져 급기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42년 만에 다시 하게 되는 참담한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이제 현직 언론인들이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길 기대한다”면서 “시민 여러분은 언론인을 향해 기레기라고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올곧게 저항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유언론실천 시민선언 기념식에 참석한 언론인과 시민들이 기념식 시작에 앞서 영상물을 보고 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의원들은 앞서 지난 21일 임시대의원회에서 ‘자유언론실천 언론노동자 시국선언’을 채택·발표하기도 했다. 대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언론 통제, 해고와 징계의 진실을 밝힐 국회 청문회 즉각 개최 △청와대의 언론장악을 방지할 법률 개정안 즉각 통과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즉각 복직을 촉구하며 “위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언론 노동자들은 언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