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초 단위로 나오는 세상에서 일간지는 그동안의 보도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신문이 심층적인 분석 기사, 기획 기사로 채워지기 시작한 이유다. 그러자 주간지의 영역이 좁아졌다. 유료 부수가 크게 감소하고 누구나 주간지의 위기를 말했다. 이제 주간지는 ‘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써왔던 기사보다 더 심도 깊은 스토리를 담아 책 수준의 정보, 지식을 주자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주간지 콘텐츠는 크게 프롤로그와 커버스토리, 오피니언, 컬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시사IN은 이 중에서 오피니언과 컬처에 중점을 두고 ‘책’화를 시도했다. 지난 추석 합병호부터 개편된 지면을 선보였는데 탐사보도 전문 정희상 기자의 ‘인사이드 인터뷰’,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김영미 PD의 ‘테러의 기원을 찾아서’,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백년 목’ 등 다양한 연재물을 배치했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좀 더 심층적인 기사, 분석 등을 담으려 하다 보니 긴 호흡으로 보도할 수 있는 연재물을 배치하게 됐다”며 “커버스토리는 당시의 이슈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연재물은 가급적 책과 비슷한 포맷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간지의 주간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간지들이 ‘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시사IN이 개편된 지면을 통해 선보인 연재물(왼쪽)과 중장기 프로젝트를 커버로 다룬 한겨레21 표지.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은 “기사 한 꼭지는 순식간에 소비되지만 패키지가 되면 더 큰 힘, 더 큰 소장 가치가 있다”며 “다만 ‘책’화를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미디어 생산자 입장에서 시장적인 혹은 언론적인 판단과 감각이 매우 예민하고 탁월해 제대로 타깃팅을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매 볼륨마다 특화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수용자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개별 단행본은 특정 주제에 맞춰 내되 다양한 관심에 소거할 수 있게 일련의 셀렉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관 주간조선 편집장 역시 “주간지는 흐름을 앞서서 보고 어젠다를 던져야 한다. 시류를 따라가는 것은 안 된다”면서 “예를 들어 주간조선의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다. 이제 곧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될 텐데 사람들이 넥센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나.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한두 달 전부터 치고 나가야 주간지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지들은 실제로 전자책 등을 발간하며 ‘책’화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있다. 시사IN은 지면 개편 전부터 남문희 기자가 9주간 연재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법 릴레이 인터뷰’를 전자책으로 실험할 예정이다.
한겨레21도 4개월 전부터 사드와 헌법 개헌 이슈 등 그동안 다뤄왔던 특정 이슈를 묶어 정기구독자에게 전자책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안수찬 편집장은 “아직까지는 일종의 시험기간이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유료화 할 계획”이라면서 “독자들은 이런 저런 테마를 묶어서 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반응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직 한국 출판계에서 전자책 시장은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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