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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토론 실시간 팩트체크, 한국에 상륙할까

미 언론 후보자 발언 진위 가려
"저널리즘 지평 한단계 끌어올려"
JTBC 팩트체크 정규 코너 편성
데이터 축적하고 예행연습 필요

최승영 기자2016.10.05 13:49:02

미국 대선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1차 TV토론에서 다수 해외 언론들이 ‘실시간’ 팩트체크를 선보이며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매체들도 내년 대선에서 이 같은 시도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철저한 사전준비와 정파적 구도를 지양한 운용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격돌한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내외 상당수 유수 언론 등은 토론이 진행되는 90분간 실시간 팩트 체크를 통해 후보자 발언의 진위를 가렸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NPR, 블룸버그TV(Bloomberg TV), AP통신, 가디언(Guardian), 와이어드(Wired), 허핑턴포스트, 폴리티팩트(Politifact.com), 팩트체크(Factcheck.org) 등 언론사와 팩트체크 전문사이트가 라이브 팩트 체크를 실시했다.


특히 NYT와 NPR, 폴리티팩트 등 매체는 세계신문·발행인협회(Wan-Ifra)로부터 “저널리즘의 지평을 한 단계 올린 프로젝트”로 평가받기도 했다.


▲미 대선 1차 토론회에서 해외 언론들이 선보인 ‘실시간 팩트 체크’에 국내 매체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언론, 사실검증 전문사이트 등의 리얼타임 팩트체크 결과물 갈무리.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블룸버그TV홍보영상, 뉴욕타임스, 폴리티팩트, NPR.

NYT의 경우 실시간 토론영상을 자사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하며 방문자들이 여러 리포터들의 관련 분석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흡사 아프리카TV와 같은 형태인데 4명의 정치부 기자들이 발언에 대해 실시간 논평 등을 하며 텍스트로 중계를 했다. NYT의 팩트 체크 결과가 담긴 문건들이 나오면 이를 제시하고 다시 진행해 나아가는 식이다. ‘reactions(반응)’이라는 버튼 클릭으로 이모티콘을 활성화해 후보자들의 발언에 대한 반응도 표할 수 있게 했다. NYT는 실시간 사실검증에 대해 ‘최소 18명의 베테랑 팩트 체커가 참여’해 ‘사회자나 후보자들의 발언이 나온 지 5분 이내에 확인한다’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 역시 이날 토론 내내 실시간으로 발언록을 업데이트하며 동시에 사실검증에 들어갔다. 문제적 발언에 밑줄 표시를 하고 이하에 분석과 팩트 체크가 주석 형태로 달리게 구현됐다. ‘니먼랩(Niemanlab)’에 따르면 NPR은 라이브 팩트체크를 위해 20명 이상을 투입했다. 자막방송에 활용되는 토론 속기 서비스를 통해 기록된 스크립트를 구글독스로 넘기고 50여명의 리포터, 에디터, 비주얼팀, 리서처 등이 진위여부판단, 가공까지 하는 식이다. NPR은 이를 통해 페이지뷰 740만 건, 방문자 수 600만 명이라는 자사 역대 최고 트래픽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 외 블룸버그는 이번 토론회에서 방송사 중 유일하게 TV화면상으로 실시간 팩트 체크를 실시해 조명 받았다. 블룸버그TV가 공개한 홍보영상 등에 따르면 이는 후보자들의 발언 진위여부를 화면에 사실인지 아닌지 띄우는 형태다. 또 폴리티팩트는 18명의 팩트 체커가 트위터 라이브스트림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부터 ‘새빨간 거짓말’까지 6단계로 구분된 기준에 따라 사실여부를 알렸다.


정치인의 발언 등에 대한 언론의 사실검증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있어온 추세지만 방점이 ‘실시간’에 찍히는 것은 분명 다른 흐름이다. 선거를 비롯한 정치 이슈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유권자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이는 공동체 이익에 부합한다. 제작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팩트 체크’를 현장의 생생함을 지닌 라이브 콘텐츠로 편입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에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둔 국내 매체들 역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시도 자체가 미약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사안 발생에 따라 담당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그때그때 내는 수준이다. 이를 정규 코너로 편성, 메인 콘텐츠로 삼고 ‘시스템화’해 성취를 보인 사례는 JTBC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JTBC에서는 기자 1명, 작가 3명, 프로듀서 1명, 그래픽 디자이너 1명이 데일리로 코너를 전담하고 있다.


오대영 JTBC 팩트체크 담당 기자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의 선전에 대해 “이미 시청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수준은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팩트 체크에 대한 호평은 정치인들의 발언 진위를 알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SNS 의견도 아이템 선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년 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가동할 거라는 게 회사방침”이라며 실시간 팩트체크 향후 도입에 대해선 “(내부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은 지난달 27일 미 언론들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우리도 도입해야 할 사안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언론들의 높아지는 관심 속에서 기존 선거보도에 대한 관행개선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언론들의 시도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만든 ‘뒷단’은 상당한 자료집적과 투자, 지원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란 설명이다. 자칫 진영논리에 함몰된 기존 국내 미디어지형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팩트체크’를 ‘팩트체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실제 이번 미 대선 토론만 해도 ‘블룸버그TV가 실시간 팩트체킹에서 트럼프를 부각하고 힐러리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문제제기가 나온 바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후보자들의 발언, 갈등을 그대로 중계하는 정도의 정치·선거 보도 수준을 높이려는 게 아니라면 위험하다. 팩트 체크라는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에 고의성을 인지 못하게 될 여지도 있다”면서 “단일 매체가 아니라 성향이 다른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실시간으로 판단 진위를 가리기 위해 미리부터 데이터를 축적하고, 예행연습도 해야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 기자는 “특정 후보의 공식발언, 기자회견, 보도자료, 강연, 신문방송 보도, SNS발언 등을 모두 모으는 것만 해도 장기 프로젝트다. 그런데 현실에선 자사가 보유한 기사 검색 퀄리티도 안 좋은 경우가 태반”이라며 “디지털 자산관리 전략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다종다양한 구성원의 상호 간 영역 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의 인적투자도 포함된다. 디지털 기술을 속도나 형식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원칙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했다는 걸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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