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병신년, 카카오톡의 '병신사화'

[기고] 이승현 YTN 디지털뉴스팀장

▲이승현 YTN 디지털뉴스팀장

깊어지는 페이스북 고민

네이버에 뉴스유통 뺏기고

카카오채널 등장에 긴장


페이스북 코리아 진영이 들어선지 어언 4년. 지난해 네이버와의 결전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페이스북 진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전 세계 17억명을 인질로 붙잡은 페이스북이지만,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그 어떤 전략을 써도 기대에 못 미친다. 미칠 노릇이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적군은 네이버다.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전체 모바일 인질 30% 정도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네이버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무기 인스턴트 아티클을 대대적으로 보급했는데도, 각 군단들(언론사)은 명중률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한다. 유일하게 YTN이 기존 무기를 모두 인스턴트 아티클로 바꿨을 뿐이다.


병신년 하반기, 페이스북의 고민은 더 깊어진 모습이다. 네이버와의 일전을 치르기도 버거운데 카카오톡 진영이 야심차게 군을 일으킨 것이다. 이름하야 카카오 채널. 안그래도 카카오톡 때문에 페이스북 메신저가 대한민국에서만 메신저 취급을 못 받아 답답한데, 이번에는 뉴스를 유통시킨다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군량미로 명맥을 유지해 왔던 카카오 채널. 몇몇 정예 군단(언론사)으로부터 총기(기사)를 공짜로 지원받기로 했단다. 삼일천하에 그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지난해부터 카카오가 일으켰던 모든 전쟁은 카카오의 완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좀 이상하다. 카카오 채널이 전쟁을 일으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총기를 공짜로 보급했던 군단들에게 대규모 군량미(UV와 PV)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군량미가 군단 별 창고의 수용량(서버 용량)을 크게 넘어서 창고 밖에 쌓아두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서버 마비) 얘기도 들린다. 위협적이다. 병신년 하반기, 느닷없이 벌어진 카카오톡 병신사화. 일단은 성공한 모습이다.


사실, 카톡 진영은 다음(DAUM) 군과 연합하며 군단 규모는 엄청 커졌다. 하지만 진영 내부 갈등과 반목이 커지며 그동안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카톡 군단으로서는 적진에 맞설 한방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국내 정예 군단(주요 언론사)을 찾아 자존심 버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지원을 요청했다. 4000만 카톡 병사를 기반 삼아 모바일 뉴스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핵심. 하지만 정예 군단들(언론사)은 하나같이 까다롭게 굴었다. 카톡 군 4000만 가운데 소년병·노인병을 빼면 전투 인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도 카톡을 무시하고 모바일 전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병사(기사)들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패기있는 소년병과 노련한 노인병들이 하루 종일 진영을 지키며, 때로는 적진에 침입하며 군량미를 확보해 온 것이다. 카톡 군은 군량미를 확보하는 대로 지원 군단들에게 보냈다. 군량미 창고가 넘쳤다는 얘기도 들려오며 앞으로의 승전 가능성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진영 모두에 등 돌렸던 지역 군단들도 카톡 진영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2016년 병신년 역시 페이스북과 네이버가 국지전을 벌이다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전쟁 전문가 대다수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카톡의 ‘병신사화’가 예상 밖의 성과를 내며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양자 구도는 新삼국지 체제로 재편됐다. 카톡 병신사화의 효과가 2017년 정유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정유년이 新삼국지 체제의 명운을 가를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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