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천상륙작전' 리포트 거부한 기자들에게 '징계'

감봉 2개월...KBS본부 "모든 법적조치 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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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홍보성 리포트 제작을 거부한 기자들에게 징계를 내리면서 KBS기자들은 방송편성규약 위반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25일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에 따르면 KBS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리포트 제작을 거부한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문화부 서영민·송명훈 기자에게 각각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이 같은 내용을 24일 통보했다.


이는 취업규칙 제4조(성실) 규정 위반 판단, 인사규정 제55조(징계) 제1호(법령 등 위반)와 제2호(직무상 의무위반)에 따른 징계다. ‘편집회의에서 뉴스 아이템으로 결정된 사안을 뉴스 리포트로 취재 제작하라는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 수행을 거부, 직장 질서를 문란케 해 징계했다’는 의미다. 두 기자는 앞서 지난 22일 오후 열린 중앙인사위에 출석해 이번 사안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소명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징계의 발단은 두 기자가 소속된 문화부 팀장과 부장의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 지시에서 비롯됐다. ‘인천상륙작전’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도 낮은 평점을 준 영화 평론가들을 비판하는 리포트 제작을 지시했지만 이들이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하자 ‘정당한 취재지시 거부’를 이유로 인사부서에 징계를 요청한 것이다.


▲KBS, KBS미디어가 30억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공식사이트 갈무리.


이와 관련 ‘인천상륙작전’에 30억원을 투자한 KBS는 지난해부터 자사 뉴스를 통해 수십여 차례 영화 관련 소식을 전했다가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KBS역사상 유례가 없는 막장 징계”로 규정하며 사측에 대한 책임 추궁의 의지를 드러냈다. 사측이 전한 징계사유가 ‘사규보다 앞서는 편성규약을 전면 부정’했을 뿐 아니라 “내면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적 기본권의 영역”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KBS 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을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제6조 3항)”고 적시하고 있다. 또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제5조4항)”는 내용도 담고 있다.

KBS본부는 징계과정에서 보인 사측의 ‘불통’과 ‘징계부터 하고보자’는 식의 태도도 꼬집었다. 이번 사안을 두고 KBS기자협회가 편성규약에 의거, 실무자와 책임자간 이견을 논의하는 보도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KBS본부도 임시공방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이 명시적으로, 또는 사실상 거부했다.


KBS본부는 이에 대해 “실무자-책임자간 이견 조정과 논의 절차가 엄연히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음에도 사측은 철저히 묵살한 채 두 기자에 대한 징계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번 사안이 전례가 되지 않도록 법적 조치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BS본부 관계자는 “두 기자와 협의해 재심청구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 재심청구를 하든 안하든 징계가 확정되면 징계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로 지노위,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하고, 법원에 징계 무효확인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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