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샤스 스플린'

[그 기자의 '좋아요'] 이효균 더팩트 사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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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균 더팩트 사진팀장

시인 보들레르가 헌정한 와인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선·후배들을 보면 자신만의 취미를 꼭 하나씩 가지고 있다. 복싱, 테니스, 주짓수, 마라톤, 골프, 스키, 캠핑, 스킨스쿠버, 클라이밍 등 종목도 다양하다.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동료들도 많다. 왜 그런 취미를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취미를 바탕으로 다른 직업을 준비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기자들의 가장 공통적인 취미는 ‘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술을 취미로 규정하는 게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게 취미’라면 술을 취미로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특종을 해서 한잔, 낙종을 해서 한잔, 기분 좋아 한잔, 데스크에게 깨져서 한잔, 취재원을 만나서 한잔, 직업 고민이 많아서 한잔. 술을 마셔야 할 이유는 많고도 많다.


필자도 여러 취미를 갖고 있지만 특히 애주가로서 이제는 몸에 좋고 마실 때도 기분 좋은 와인을 취미로 즐기게 됐다. 이젠 나만의 와인도 찾았다. 바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샤스 스플린(Chateau Chasse-Spleen)’이다. 샤스는 쫓아내다, 스플린은 슬픔·우울을 뜻한다. 즉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이름을 지닌 와인으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이 와인을 마신 뒤 우울증에서 벗어나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을 헌정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머리가 복잡할 때, 탄닌 향이 잔잔히 피어오르는 이 와인을 마시며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리기도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한잔과 돼지고기 부추잡채면 세상일을 잠깐 내려놓을 수 있다. 강인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이름에 꼭 들어맞는 듯하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어찌 행복한 일만 있으랴. 힘들고 우울해지면 술이 아니라도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삶을 재충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기자 생활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취미를 갖도록 꼭 권하고 싶다. 삶이 우울해지지 않게 말이다. 오늘도 ‘샤스 스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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