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부패척결 전환점…신중한 집행 필요"

'김영란법' 종합일간지 사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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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오는 9월28일 본격 시행되는 김영란법에 따라 공직자, 언론인, 사립교원 등은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연간 300만원)의 금품·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분이 가능하다. 식사 접대 한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헌재의 결정 다음날인 29일 종합일간지들은 김영란법이 사회 부정부패 척결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신중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 29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국가 권력이 (김영란법을)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 법 내용과 적용 대상이 복잡해서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여지가 있다"며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 과정에 고칠 점이 나타난다면 그때 검토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적용 대상의 폭이 큰 만큼 규정을 모르고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패사회로부터 탈출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김영란법이 언론통제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를 차단할 대비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원안에)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가족의 정부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있었는데 여야가 통째로 삭제 했다"며 "이 부분을 다시 살려야 명실상부한 김영란법이 된다. 국회는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국회와 정부가 과잉입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김영란법은 최초 입안된 취지에 맞게 시행되면 공직사회 부패 방지에 기여해 우리 사회의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며 "다만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입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아 결국 사문화(死文化)하고 만다. 국회와 정부가 시행에 앞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아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만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금품 가액을 정한 '3·5·10룰'은 현실성과 농축산업계의 타격을 고려해 일부 손질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신문은 "김영란법과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되면 급속한 소비 위축과 화훼업을 비롯한 농축산업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일보는 "투명사회로 나아갈 길이 분명해졌다"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김영란법의 조기 정착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일보는 "언론은 검찰을 감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잖아도 막강한 권한을 쥔 검찰이 얼마든지 김영란법을 언론 통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법 시행 뒤에라도 예상되는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 필요할 경우 법 개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29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김영란法 충격 요법' 써서라도 윤리 선진국 올라서야 한다'는 사설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 확대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사학(私學) 못지않게 공공성이 강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금융계·법조계·의료계와 대기업, 시민단체 역시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킬 이유가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 협력 업체 간 부정부패는 기업과 관청 사이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윤리 기준을 올리려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언론과 교육현장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법 적용 대상이 '선택적 차별'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 제정의 취지를 적극 살려 망국적 부패 문제를 혁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정치하게 시행령을 다듬어 줄 것을 주문한다. 허술한 법 집행으로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경우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국가권력이 김영란법을 남용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할 위험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한겨레는 "부패한 언론의 피해만큼이나 국가권력이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침탈할 경우의 피해 역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이를 막을 조처도 필요하다"며 "국회의원 등의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째로 빠졌다. 후속 입법으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일보 29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김영란법 때문에 국내 과수농가와 한우축산업자, 어민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만든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완화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며 "농어민의 어려움은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보완해야 하고, 부패 감소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다소의 부작용은 감수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입법 보완을 검토하려면,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자녀와 친척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 조항'부터 되살리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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