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찾습니다"…제보 권하는 언론사들

제보 접수 시스템 통합
'독자리포트' 코너 신설
사건사고 위주 영상 많아
선정적 보도 이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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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고 뒤이어 행인이 걸어옵니다. 행인은 왼편에서 오던 고양이 한 마리를 갑자기 발로 찹니다. 영문도 모르고 차인 고양이는 데굴데굴 나뒹굽니다. 당시 뱃속엔 새끼 8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MBN ‘뉴스파이터’에서 이상은 기자가 단독 보도한 리포트다. 이 기자는 시청자가 제보한 짧은 영상을 토대로 추가 취재해 방송으로 내보냈다. 뉴스파이터는 지난해 10월부터 프로그램 개별 카카오톡 아이디를 만들어 시청자 제보를 받고 있다. 현재 등록된 친구는 5500여명. 아직 전화제보가 많은 편이지만 매일 평균 15명 이상이 카카오톡을 보내온다.


박혜정 MBN 뉴스파이터 PD는 “‘기분 좋게 방송을 보고 있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다른 방송이 외면하는 작은 이야기까지 담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 참여형 저널리즘이 확산되며 제보 콘텐츠를 활용하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다. 기자의 시선 밖에 놓인 의미 있는 뉴스를 발굴하고 다른 언론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최근 언론사들이 제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사진은 YTN과 MBN, 조선일보, 뉴시스가 제보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는 지난달 사회면에 독자 제보를 기사화하는 ‘독자리포트’ 코너를 신설했다. 기사에는 ‘이 기사는 ‘000’라는 아이디를 쓰는 독자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조선일보는 앞으로 독자분들의 제보를 적극 기사화 하겠습니다’라는 머리말이 붙었다.


뉴시스도 최근 기사 하단에 제보를 독려하는 문구를 첨부했다. 김형기 뉴시스 편집국장은 “기존에도 제보를 받았지만 독자들이 더 쉽게 제보방법을 인지할 수 있도록 추가했다”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자가 다 알 수 없다. 뉴스가치가 큰 제보들을 적극 활용해 유의미한 기사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KBS는 기자들이 시청자 제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 기사작성시스템과 전화, 이메일, 앱,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으로 접수된 제보를 한 곳으로 통합한 것이다. KBS 관계자는 “기자들은 하나의 창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제보도 볼 수 있다”며 “기자 개별적으로 제보를 확인하고 부서에서 기사화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KBS에 접수된 제보는 4만4000여건. 이중 427건의 제보 콘텐츠가 전파를 탔다. KBS는 2010년부터 제보로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인 시민을 선정해 ‘KBS시민기자상’을 수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YTN은 제보를 활용해 SNS에서 입지를 굳힌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말 페이스북 팬수, 좋아요, 댓글 등 10위권 밖에 머물던 YTN이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온 것은 바로 제보영상 덕분이다. 강성웅 YTN 편집부국장은 “지진이 나면 1시간 만에 문자, 모바일, 인터넷으로 제보 300여건이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제보의 경우 시민들이 제공한 영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또 방송리포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철 CBS노컷뉴스 SNS팀장은 “언론사 브랜드에 관심 없는 독자들은 천편일률적인 콘텐츠가 자신의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걸 지겨워한다”며 “독자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차별화된 뉴스를 찾고 있는데 그게 바로 제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보 열풍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시청자가 제보한 영상은 사건사고 영상이 주를 이룬다. 한 방송사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사고 영상을 편집해 올리면 도달률이 다른 영상이 비해 높다”며 “지양해야하는 건 알지만, 그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좋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수많은 제보 속에서 기사화 여부를 가르는 건 기자의 몫이다. 특히 제보는 기자가 아닌 시청자가 발굴한 것인 만큼 팩트 확인 과정이 필수다. 김형기 뉴시스 편집국장은 “언론사가 제보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한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갈등이 첨예한 제보가 많기 때문에 사안을 객관화해 종합적으로 취재하고 기자의 논리력을 바탕으로 상황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공적 역할을 하는 언론은 제보가 사실이 아닐 경우 명백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제보를 담당하는 팀을 꾸려 팩트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자극적, 선정적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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