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본격화하나

야3당, 내주 법안 발의

  • 페이스북
  • 트위치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야권을 중심으로 본격 추진돼 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공영방송사 이사의 국회 추천과 정수 조정,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과 특별다수제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별위원회,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주최한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나온 의견을 중심으로 최종 의견수렴·보완을 해서 이번 주부터 발의 과정을 밝아나갈 예정”이라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소속 의원 다수가 참여하는 형식으로 다음 주에는 법안 발의가 공식적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법안은 ‘방송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총 4건의 개정안이다. 이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회로)의 변화 및 정수 조정(여야 7대6 총 13인) △공영방송 사장 임명·면직 시 특별다수제 적용(3분의 2이상) 및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등에 대한 명문화(위반 시 처벌 등) △공영방송 이사회 비공개 사유 제한(개인 명예훼손을 구실로 비공개 의결 편법 방지) 및 회의 속기록, 녹음·영상기록 홈페이지 등 통한 공개 △편성위원회에 시청자위원회 위원 추천권 부여 △공영방송 임원(이사)의 정치활동 관여 금지 △MBC사장 선임 근거규정 명문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토론회 모습.

현재 공영방송사의 이사 선임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거나 임명하는 식이고 KBS, MBC, EBS 등 방송사별로 선임 과정과 이사 정수가 모두 다르다. 개정안은 각 공영방송사 이사를 여야 7대6 총 13인으로 통일하고 이들의 추천 등 주체도 국회로 바꿨다. 또 현 공영방송 이사회 내 정치 지형 속에서 주요 사안들이 여당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돼 버리는 관행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임명·면직 시 재적이사의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다수제 도입도 달라진 점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계와 시민단체, 학계 인사들은 공개된 개정안에 대해 “큰 방향에는 동의하고 이거라도 통과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는 동시에 법안의 보완에 대해서도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발의된 법안을 두고 토론자들이 가장 이견을 보인 지점은 여야 7대6의 구도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하는 부분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사회에 대화와 타협을 유인하는 중간지대가 있어야 한다. 여야 7대6이 나아진 구조고, 특별다수제 도입도 앞서 나가는 내용이지만 자칫 일본 NHK처럼 겉으로는 중립적이지만 속으론 정치환경 감시 기능이 무기력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차라리 여야가 동등하게 추천하고 중간지대를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교섭단체가 이사 추천을 동수로 하고 정파성이 뚜렷하지 않은 단체나 조직이 추천하는 사람을 새 방통규제기구가 이사로 추천해 이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유인하자는 의견이다. 기존 이사회 내 정쟁 구도가 그저 7대6으로 바뀌어 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 역시 “현재 이사회는 대부분이 과반 의결로 운영되는데 굳이 여당에 한 석을 더 준 배경이 궁금하다”면서 개정안이 국회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준 데 대한 보완을 촉구했다. 그는 “국회가 KBS와 MBC, EBS 이사회 총 39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게 되는 것인데, 여야가 어떤 기준으로 합의를 거쳐 뽑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또 이사회 구성에서 여성이나 학계 등에 대한 할당은 물론 지역성 반영은 어떻게 할지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개정안을 평가하는 내용의 발제를 한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해 “사측을 대표하는 사람 5인의 구성은 경영진이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제작 종사자 측이 문제일 것”이라며 “방송사엔 노조가 수없이 많아서 사측에 편향적인 활동을 하는 노조도 있는 만큼 종사자 대표 5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의무화는 공영방송 뿐 아니라 종편과도 연관된 만큼 반발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렇다면 KBS, MBC, EBS 등에 우선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성위원회’와 관련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위원장은 호선으로 돼 있는데 관행상 사측이 추천한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협회 및 노조 추천 인사가 편성위원장을 맡는 것이 맞다고 본다. 편성위원회를 의무화한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의 정치적 활동과 연임 금지를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사를 하려는 사람은 정치활동을 하면 안된다”라며 MBC와 KBS 등에서의 3연임 사례를 들어 “최소 한 번 만 하도록 하든지 못하게 해야 된다. 공영방송 이사를 9년씩 해서 이사를 자기 직업으로 삼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직의 비상임 역시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발제를 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이 개정안은 완벽한 안은 아니다”라며 “쉽게 말해 ‘김재철 방지법’이다. 최악의 인물이 오는 걸 막아야겠다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적한 내용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담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야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그동안 표명해 온 의지를 드러내듯 야3당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찾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축사를 통해 “여야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함께 운영하지만 권력을 쥔 쪽이 이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시정이 안되고 있다. 최근에는 눈치도 안 보고 제멋대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20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시스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역시 축사에서 “최근 KBS 보도통제 사건으로 언론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대한민국 언론환경의 후진성에 분노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민주적이고 공정한 언론을 보장하는 제도와 법을 만드는 것, 그것이 국회의 임무”라면서 해직언론인에 대한 복직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